증권
은행, 금감원 옥죄기에 신용대출 사실상 중단
입력 2020-12-09 17:46  | 수정 2020-12-09 20:11
◆ 민간부채 빨간불 ◆
금융당국이 올 11월 폭증한 가계대출에 놀라 은행들을 향해 "대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며 또다시 압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대출 상품 판매를 아예 중단하거나 우대금리를 없애는 식으로 대출의 문을 닫고 있어 금융소비자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영상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았다. 여기서 금감원은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며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라"고 경고했다. 특히 대출이 급증한 시중은행 2곳에는 따로 면담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가 안 되면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간판 상품이었던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에 대해 이달 11일부터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우리은행 측은 올해 설정해놓은 한도(3조3000억원)가 다 소진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상 인기 대출 상품은 한도를 다시 늘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아예 팔지 않기로 한 것은 금감원의 엄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농협은행은 이달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해당 상품의 우량등급 우대금리는 아예 없앴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상담사는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 창구 역할을 하며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지난 수년간 이들을 통한 대출을 막은 사례는 없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하며 '막차' 수요를 자극하고 이 같은 정책 실책을 은행에 떠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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