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法, `하나은행 부정채용` 인사담당자들에 집행유예·벌금 선고
입력 2020-12-09 15:20  | 수정 2020-12-09 17:53

법원이 하나은행 부정채용 사건과 관련해 당시 하나은행 인사담당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9일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판사 박수현)은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된 하나은행 직원 4명에 대해 징역형(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인사담당자 강 모씨에게 징역 8월와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면서 2년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또 다른 직원 송 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된 직원 오 모씨, 박 모씨는 10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주식회사 하나은행에는 남녀고용평등법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피고인들은 지난 2013∼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업무방해 등을 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일명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하고 은행 고위 임원과 관련된 지원자와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 등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하나은행이 사기업으로서 필요한 인재 채용에 관한 재량권이 있고, 해당 지원자들이 필요한 역량을 갖춘 점을 검토해 추천과 무관하게 합격자를 정한 것이라며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하나은행 인사담당자들의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지원자들의 전형결과를 수정해 합격자에 포함시킨 뒤 실무면접 및 임원면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행위는 면접관들에 대한 위계로서 면접위원들이 수행하는 면접업무 및 하나은행 채용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각 전형별로 합격자를 발표하기에 앞서 추천 리스트에 기재된 지원자들의 합격가능성을 다시 한 번 살펴, 리스트에는 있으나 합격권에 포함돼 있지 않은 지원자들 중 일부를 합격자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다른 지원자들과 다르게 기회를 한 번 더 부여하는 행위 자체로 하나은행 신입직원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인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하나은행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은 지역, 성별로 분류해 경쟁그룹 만들고 합격여부 결정했다. 하나은행 신입 공개채용 남녀 지원자 비율은 55대 45였지만, 이 같은 남녀 배분 영향으로 합격자 성비는 2013년 상반기 9대1, 2014년 하반기 8대2, 2014년 7대3, 2015~2016년 4대1로 차이가 벌어졌다. 법원은 "(성별 경쟁그룹 설정으로 인해)여성 지원자들의 커트라인이 남성 지원자들의 커트라인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나 여성 지원자들이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하나은행은 사기업으로서 신입직원 채용의 규모, 방식, 조건 등을 결정할 자유를 가진다"면서도 "하나은행은 금융기관으로서 상당히 높은 정도의 공공성을 가지고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를 부담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추천받은 지원자나 특정 대학교 출신 지원자라는 이유로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점수를 변경, 조정하는 방법으로 특정 지원자에게 다음 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며 "여성 지원자의 합격비율을 사전에 정해둠으로써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채용절차에 임한 일반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사회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이 해당 행위로 개인이 경제적 이득 취하거나 친인척을 부정 채용한 게 아니고 면접관과 하나은행이 선처를 탄원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
한편 법원은 2013년 하반기, 2015년, 2016년 신입 채용과정 등에서 최종합격자 선발에 대해 업무방해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임원면접관들로 하여금 임원면접점수 순으로 합격자를 선정하고 임원면접 점수의 사후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오인한 채 면접 업무를 수행하게 한 후, 임원면접관들이 부여한 면접 점수 결과와 다르게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데 대해 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임원면접관들의 면접평가업무는 각각의 개별 면접위원이 다른 면접관이나 채용담당자들의 의견이나 점수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하여 점수를 부여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인사담당자에게 편법채용 지시를 내린 혐의로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