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톡스균주 전수조사로 고위험병원체 관리제도 추가 보완 실마리 도출 기대"
입력 2020-12-08 17:19 

보툴리눔톡신 제제(일명 보톡스)를 만드는 원료인 보툴리눔균은 1g만으로 100만명 이상을 사망케 할 수 있는 맹독이지만, 독성물질을 잘 활용하면 미간 안면 주름, 소아 뇌성마비 후 첨족기형 등 근육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 삶의 질을 저해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에 이른다. 시장 규모는 크지만 세계적으로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만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상업성이 있는 보툴리눔 균주를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보툴리눔 균주를 확보하고 보툴리눔톡신 제제 제조에 나서는 기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치명적인 맹독이지만 과거에는 이를 관리할 법이 부실해 균주의 분리 신고만으로도 보툴리눔균주 보유를 인정해준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툴리눔톡신 제제 업계에서는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가 균주 출처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감염병병원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질병관리청이 보툴리눔균주 출처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다. 신행섭 질병청 생물안전평가과 과장은 8일 매경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분쟁·논란이 계속되는 보툴리눔균주 출처를 명확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의 관리 제도의 추가 보완 사항을 도출하겠다"고 이번 전수조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는 작년 12월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보유허가를 받아야 하는 고위험병원균을 뜻한다. 신행섭 과장은 보툴리눔균주 출처 분쟁을 계기로 고위험병원체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모든 고위험병원체에 대해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결과 제출 등을 요구하는 게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병원체만을 따로 모은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를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보툴리눔균은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기 수년 전부터 이어지던 보툴리눔톡신제제 업계에서의 균주 출처 관련 분쟁이나 기업 홍보 과정에서 질병청에 신고된 내용과 다른 출처가 공표된다는 점이다. 마굿간의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기업은 수로에서 발견한 것으로 신고했다. 신행섭 과장은 연구관 시절 이 기업의 균주를 발견했다고 신고한 수로에 실사를 나가기도 했다. 그는 "선의인지 악의인지 모르겠지만, 특정 기업이 언론을 통해 주장하는 균주 출처가 질병청에 신고된 내용과 다르다"고 전했다.
전수조사 결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질병청은 단호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신행섭 과장은 "위법이 드러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고발 조치를 할 계획"이라며 "고위험병원체를 활용하는 산업과 관련이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제재도 중요하지만, 감염병예방법의 추가적인 보완 사항을 도출하는 데 특히 방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의 임무인 감염병 관련 안전 관리에 더 집중하겠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 보유 허가 제도와 관련한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감염병예방법은 위반자에 대해 징역이나 벌금을 처하도록 규정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보툴리눔균주 전수조사로 모든 논란이 완벽하게 해결되기는 힘들다고 신행섭 과장은 토로했다. 다수의 기업이 보툴리눔균주를 확보한 시점으로부터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신행섭 과장은 "전수조사의 한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업들이 제출한 다양한 서류를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현장 실사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모은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보툴리눔균주 보유 기업들의 균주 확보 경위를 어느정도 추론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국내외 소송 결과도 참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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