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노부모 봉양하려다가…다주택자 중과 `주의보`
입력 2020-12-08 16:18 
용산전자상가 일대 노후화된 건물 전경. 상가 용도 건물일지라도 주택으로 사용한 적이 있을 경우 주택으로 간주돼 다주택자 세금 중과를 맞을 수도 있다. 특히 노부모 봉양 등 세대를 합치는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 등 과도한 세금을 부과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매경DB]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심화하는 가운데 지방에 계신 노부모를 서울에서 부양하다 종부세 폭탄을 맞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노부모가 지방에 소유하던 '애물단지' 건물을 증여받았다가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적용받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A씨의 할아버지는 수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제주도에 홀로 살다 지금은 서울 강남의 아들 집에서 산다. 서울에 오기 전까진 본인이 소유한 제주도 3층짜리 건물 중 한층에서 살았는데, 60년 된 건물이다 보니 월세 수입이 2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A씨는 "건보료만 29만원이 나오고 세금이 월세 수입을 초과해 혼자 사시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 미안했던 할아버지가 제주도의 건물을 자식들에게 증여하면서 시작됐다. A씨가 살고 있는 강남집 한채 만으로도 종부세 부담이 큰 상황에서 증여받은 건물이 주택으로 간주돼 졸지에 '다주택자'가 됐기 때문이다. A씨는 "하필 건물 세개 층 중 한층이 주택으로 간주됐다"며 "도면이 사라져 상가로 용도 변경을 하려해도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무엇보다 매수자도 없는 건물이라 세금 폭탄만 떠앉게 됐다"고 전했다.
다주택자가 되면서 과세표준에서 공제되는 금액이 9억원(1주택자)에서 6억원(2주택 이상)으로 내려간 게 결정타였다. 2016년경 시세 8억~10억원이었던 A씨 집은 현재 20억원을 상회하는데 공제액이 3억원 줄고 증여받은 건물이 과표에 추가되면서 더 내야할 세금이 올해만 수백만원에 달한다. 올해까진 버틴다 해도 내년부터 추가될 세금이 천만원 이상이다. 3개층이 다 상가로 인정받았다면 상가에 대한 종부세 공제가 80억원까지라 낼 필요 없는 세금이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이 경우엔 2주택자에 해당돼 공제는 6억원까지만 된다"며 "그나마 제주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니어서 '투기과열지구 내 2주택' 세율을 적용받진 않고 일반 종부세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용가치가 떨어진 '애물단지' 건물 때문에 종부세 폭탄을 맞은 사례는 또 있다. 경기도 군포에서 낡은 다세대 몇채를 노년 임대사업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요량으로 십수년 전 사들였던 B씨의 모친 사례가 그렇다. B씨는 "다세대주택, 상가건물 등 과세대상 과세액 모두 합쳐도 잠실 아파트 한 채 값이 안되는데 세금은 더 내게 됐다"며 "임대소득이라도 나오면 그나마 덜 황당할텐데 팔리지도 않아 떠안던 것을 주택으로 간주하니 어머니의 세금 부담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잠실엘스 119.93㎡ 1채를 보유한 사람이 올해 내야 하는 종부세는 약 222만원이고 보유세(종부세와 재산세의 합)는 818만원이다. 그러나 B씨의 모친이 가진 다세대 주택을 다 합쳐도 잠실 아파트 가격에는 미치지 못함에도 보유세는 수천만원에 달한다. 설상가상 군포가 올 6월부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탓에 세율이 더 뛰었던 것이다.
B씨 모친의 건물은 건축물 대장상으로는 상가지만 한때 일시적으로 주택으로 사용한 까닭에 주택으로 간주된다. 10년간 비어있던 건물인데도 이로 인해 다주택자가 된 것이다. B씨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세금이 엄청나게 올랐다"며 "안산 세무소 직원에게 어머니 사례를 따졌더니 직원도 머쓱해 하더라"고 전했다. 현재 70대 모친은 세금 납부를 거부해 체납액이 1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당사자들로서는 억울하지만 다주택자 중과를 피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건물 중 일부분이라도 주택 용도로 사용한다면 등기상 상업용이라도 주택으로 계산된다"며 "이런 사례들 때문에 예전에도 법령 개정 요청이 많았지만 악용할 소지가 많아 법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낡아서 상업용 가치가 없는 건물들은 증여받지 말고, 차라리 부모님 세금 부담을 지원해 드리는게 낫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