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여성 국방장관 기대모은 플러노이, 왜 `바이든 선택` 못 받았을까?
입력 2020-12-08 16:02  | 수정 2020-12-15 16:0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국방장관 선택은 '최초 여성'이 아닌 '최초 흑인'이었다.
7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 미국 매체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초대 국방 장관으로 4성 장군 출신인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앨라배마주 출신의 흑인인 오스틴 전 사령관이 상원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어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호에 탑승하면 미국 역사 상 최초의 흑인 국방 장관으로 기록된다.
미국 국방 장관은 국무 장관과 더불어 한반도 정책을 다루는 양대축이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현지매체들은 그간 바이든 당선인이 여성 관료 출신인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 차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여성으로서는 최고위직인 차관직에 올라 펜타곤을 지휘한데다, 여성 인재를 중용하는 바이든식 '다양성' 인사에 공화당이 맹목적 반대를 견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공화당이 선호하는 매파적 입장을 견지하는 인물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플러노이 전 차관의 발목을 잡은 진영이 공화당과 보수 진영이 아닌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라는 사실이다.
루트액션, 코드핑크, 미국진보민주당원 등 진보 단체들은 지난달 말 성명을 내고 플러노이가 중국과 파국적 군사대결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6월 플러노이가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억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남중국해에 있는 중국의 모든 군함과 잠수함 등을 73시간 이내에 미국이 침몰시킬 수 있다고 믿을만한 위협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진보 진영은 "플러노이가 국방 장관이 되면 중국과 파국적 군사대결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며 바이든 당선인이 그를 국방 장관으로 지명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포린어페어즈의 해당 기고문을 확인한 결과 플러노이 전 차관의 표현은 대중국 창의적 접근의 아이디어 차원으로 던진 하나의 예시에 불과했다. 반드시 73시간 내 중국 해군력 괴멸을 추진해야 한다는 초강경 뉘앙스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대중국 강경론보다는 방산기업과 이해상충 문제에 바이든 당선인이 더 신경을 쓰고 플러노이 카드를 접었을 가능성이 크다.
진보단체들은 파괴적 대중국 접근 문제와 함께 그녀가 방산업체들에 자문하는 부즈해밀턴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 차관직을 그만둔 뒤 2013~2016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국방 부문 선임고문으로 뛴 사실을 거론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재임 기간 동안 이 회사의 방산 관련 계약액은 160만 달러에서 3200만 달러로 20배 폭증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공직 퇴임 후 행보를 보면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방산 계약에 간여한 의혹이 있는데, 이 같은 인물이 장관이 되면 과연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게 진보단체들의 비판이다.
이 비판이 나오고 수 일만에 바이든 당선인은 그간 국방장관 인사 하마평 보도에서 끝단에 이름이 간단히 언급되는 수준의 오스틴 전 사령관을 낙점한 상황이 됐다. 미국 역사 상 최초의 여성 국방 장관 임명이라는 정치적 치적보다 플러노이 전 차관을 낙점했을 때 발생하는 정치적 리스크(인사청문회에서 플러노이의 정부 국방사업 이해상충 문제 노출)를 피하고 초대 내각를 순조롭게 출항시키는 옵션을 바이든 당선인은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플러노이 전 차관이 아닌 오스틴 전 사령관이 새 국방장관에 낙점됐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공화당 소속의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CNN에 "나는 (오스틴 전 사령관보다)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 차관이 최고 적임자라고 지지하는 의견을 바이든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화당 진영에서도 오스틴 전 사령관보다 '플러노이=새 국방장관' 카드가 여태껏 지지받는 옵션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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