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산 제니스, 11년 만에 미분양 오명 벗었다
입력 2020-12-08 15:44  | 수정 2020-12-08 16:16
미분양의 상징과 같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일산 위브더제니스`가 파주 집값이 뛰면서 착공 11년 만에 완판됐다. [사진 제공 = 두산건설]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일산 제니스)가 분양 완판을 선언했다. 2009년 착공 11년 만에 일이다. 일산 제니스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시공사 두산건설에 조 단위 손실을 입혀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단지다. 지난 11·19대책으로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묶인 뒤 일산과 파주 지역 아파트가 재조명 받으며 일산 제니스도 미분양 오명을 벗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일산 제니스 분양 홍보관에는 분양 마감이 공식 공지됐다. 이 단지는 지상 최고 59층, 2772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전용면적 120㎡, 145㎡, 170㎡ 등 중대형 주택이 주력이다. 경의중앙선 탄현역과 직접 연결된 초역세권 단지로 주목받았지만 일산보다는 파주에 가까운 입지가 수요자들에게는 걸림돌이었다.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홍보관에 전 평형 분양마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 제공 = 독자]
지난 2009년 착공한 일산 제니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초기 계약 세대 가운데 실제 입주자 비율은 25%에 그쳤다. 장기 미분양에 일산 제니스는 아파트 최초로 홈쇼핑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분양대금의 22~25%를 납부하고 3년간 살아보는 조건을 내거는가 하면 관리비를 모두 시공사가 내고 최대 월 170만원의 연금까지 준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특히 일산 제니스는 두산 그룹의 명운을 갈랐다. 시공을 맡은 두산건설은 당시 시행사 비리와 부도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두산건설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자금 조달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이뤄졌고, 대규모 미분양이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위기가 심화했다. 결국 두산건설은 지난 2018년 미분양 대형 평수를 할인 분양하며 1646억원을 손실 처리 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연말 상장 23년 만에 상장 폐지됐는데, 일산 제니스가 부실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홍보관에 전 평형 분양 마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 제공 = 독자]
하지만 임대차3법 시행으로 촉발된 전세난과 함께 최근 인근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산 서구와 파주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달 30일 기준 전주 대비 0.56%, 1.38% 급등하며 2012년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산 제니스 전용 95㎡은 지난 1일 7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찍었고, 전용 170㎡은 지난달 10억3500만원에 거래돼 전월보다 2억원 이상 올랐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이제 미분양도 완전 소진된 데다 최근 일산과 파주 집값이 뛰면서 이 단지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요가 급증하면서 거래할 수 있는 매물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산 제니스는 경매 시장에서도 뜨거웠다. 지난달 25일 경매에 나선 일산 위브더제니스 전용 121㎡(10층)은 총 10명이 입찰해 7억225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1월 1차 경매때 유찰돼 입찰가격이 최초 감정가보다 30% 가량 낮았지만 이번 경매에서는 1억4000만원이나 오른 금액으로 낙찰됐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