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월엔 줄서서 샀는데…3차 대유행에도 라면 사재기 `실종`
입력 2020-12-08 14:55  | 수정 2020-12-15 15: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3차 대유행 시기를 맞았지만 이전과 달리 먹거리 사재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먹거리가 다양화됐고 무엇보다 약 1년 간의 내성으로 공포감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GS25와 CU 등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에도 가맹점은 필요한 만큼 라면을 발주할 수 있다. 편의점 본사가 물류창고에서 보유하고 있는 라면 재고 물량도 거리두기 격상 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GS25와 CU 등은 지난 2월 말 라면 수요 폭증에 농심 '신라면'과 '짜파게티', 오뚜기 '진라면' 등 10개 봉지라면 제품의 가맹점 발주 물량을 5~10개 내외로 제한한 바 있다. 당시 농심은 생산공장 라인을 기존 16시간에서 24시간 풀가동으로 전환하고 출고량도 평소대비 30%나 늘렸다. 쿠팡은 라면과 쌀, 우유, 생수 등 식품류가 대거 품절되는 초유의 사태를 치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3차 대유행 속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G마켓에 따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 가시화된 지난주(11월 30일~12월 6일) 라면·면류 판매량은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11월 16일~22일)대비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석밥(27%)과 통조림·캔(12%) 판매도 크게 늘지 않았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라면 판매신장률은 거리두기 격상보다는 추운 날씨가 이어진 데 따른 계절적 효과가 작용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이 비상 식품보다는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등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11번가에서는 지난주 봉지라면 판매량이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전대비 28% 늘었는데, 같은 기간 간편식·냉장·냉동 카테고리는 7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같은 집밥에 질린 소비자들이 프리미엄식으로 이동하면서 한 메뉴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음식 배달 서비스도 한 몫했다. 이전과 달리 음식 배달이 일상화되고 배달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굳이 먹거리를 사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학습 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바로고에 따르면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첫날인 지난달 24일 배달 건수는 전날대비 11.5% 증가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이전보다 공포감이 사라져 먹거리 사재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 전국 이동량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적용 직전인 지난달 14~15일보다 21.8% 감소했다. 이는 지난 2~3월 대구·경북 신천지 대구교회 슈퍼감염 당시 감소폭(38%)보다 17%포인트 가량 낮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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