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변창흠 "고령자 보수 지지는 주택 가치상승 기대 때문"
입력 2020-12-07 17:26  | 수정 2020-12-14 17:36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과거 저서에서 '자가주택 보유율'이 높은 고령자는 개발에 따른 주택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에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주택정책을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권의 유불리를 위한 정치수단'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자가 소유 촉진보단 공공·민간임대 확대로 정책을 펴면서 주택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7일 변 내정자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서적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2015) 중 '기로에 선 주거 불평등 문제와 개선 과제'란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세대 간 주거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변 내정자는 "2014년 기준으로 40세 미만 가구의 자가주택 보유율은 32.8%에 불과하지만 60세 이상 가구의 보유율은 73.9%에 이른다"며 "자가주택 보유율이 높을수록 주택가격 하락에 저항하는 보수적 성향을 띨 확률이 높다"고 썼다.
물론 이는 당시 보수 정권인 박근혜정부가 주택 규제 완화 정책을 펴면서 집값 띄우기에 열중하자,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주거 취약계층인 청년층 주거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수 있음을 경계하며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자가 보유자나 고령자에 대한 정치적 편견을 드러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정부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며, 변 내정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책에서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며 "자가 소유가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내 집이 아니어도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투기 소유의 철저한 환수라는 관점 역시 논란이다. 변 내정자는 2015년 한 매체 기고에서 19세기 사상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인생의 책이라고 꼽으며 '부동산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토지의 사적 소유로 인해 얻은 지대(불로소득)를 공공이 환수하자고 주장한 헨리 조지의 사상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가격 규제의 근거가 됐다.
다만 지대(불로소득)를 없애겠다는 선한 취지로 시작한 이 같은 가격 규제는 시장이 원하는 적정량의 아파트 공급을 막아버려 기존에 아파트를 이미 산 사람들에게 더 큰 지대(불로소득)를 주는 역설적인 현상을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철학적 배경이 헨리 조지, 협동조합, 20세기 후반 북유럽 모델 등 '이미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사상'에 기초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계획 분야 교수는 "헨리 조지의 사상은 적절한 정도로 현실에 접목해야지, 이에 경도되면 오히려 현실을 왜곡한다"며 "변 내정자 역시 SH공사·LH 사장을 역임하며 현실적인 감각이 있을 테니 그 나름의 유연성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망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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