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고소득자 예금 줄이고 주식 늘렸다…10명중 3명 적극 `빚투`
입력 2020-12-06 18:14  | 수정 2020-12-06 19:27
시중은행 자산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김 모씨(46)는 지난 10월 이 앱에서 '자산 90%가 부동산에 편중돼 있어 자산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김씨는 달러 적금에 돈을 붓고, 국내 주식도 사는 쪽으로 투자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 은행 마이너스 통장으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는데 지난달 수익률이 15%에 달했다. 대출 이자보다 수익금이 더 많아 당분간 이 같은 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최근 대출을 받아 주식·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 자산이 많을수록 이 같은 '레버리지 투자(빚을 내서 하는 투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6일 우리금융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년 대한민국 대중 부유층 보고서'를 펴냈다.
대중 부유층은 세금 내기 전 가구 연소득이 7000만∼1억2000만원인 가구다. 가구 소득으로 보면 상위 10~30%에 해당한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이들 대중 부유층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10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 평균 부채 잔액은 대출 1억3270만원, 임대보증금 1억5890만원이었다. 가장 많이 이용한 대출 상품은 주택담보대출(44.2%)로 평균 잔액은 1억3430만원이었다. 전세자금대출 이용자는 7.2%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평균 잔액은 1억2220만원으로 주담대와 비슷했다.

조사 대상을 자산 중위 값 기준으로 중자산·고자산 그룹으로 다시 나눠 조사해보니 금융 자산이 많을수록 레버리지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자금으로 부채를 활용하는 비율은 고자산 그룹이 25.9~30.6%로 중자산 그룹(15.3~16.8%)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이 같은 '빚투'와 올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들 순자산은 작년보다 2억1300만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조사 대상자 평균 총자산은 7억6500만원으로 부채 1억1900만원을 제외한 순자산은 평균 6억4600만원이었다. 총자산 중 금융 자산과 부동산 자산 비중은 각각 18.9%, 76.6%로 '부동산 편중' 현상이 지속됐다. 부동산 자산은 6억900만원으로 작년보다 7600만원(14.3%) 늘었고, 금융 자산은 1억2600만원으로 2400만원(24.1%) 증가했다. 이들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식 비중 증가였다. 금융 자산 중 예·적금 비중(45.0%)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 감소한 반면 주식 비중(15.4%)은 3.0%포인트 증가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작년 1862명에서 올해 2099명으로 11.3% 늘었다. 그러나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과 파생결합증권 보유자는 각각 13.5%, 11.7% 줄었다. 사모펀드 등 펀드 사태 여파로 직접 투자 선호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금융 이용이 더 활발했다. 인터넷·모바일 앱 등 비대면 자산 관리 채널 이용 경험자 비중이 작년 11.0%에서 올해 56.5%로 대폭 상승했다. 이들은 향후 디지털 금융 서비스 브랜드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카카오뱅크'(27.8%)라고 답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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