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라도에도 백령도에도 편의점이 있다
입력 2020-12-06 14:13 
GS25 마라도점 전경

편의점의 영역이 끝없이 확대되고 있다. 1989년 서울에서 첫 점포가 문을 연 이후 30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채우면서 편의점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골목 곳곳은 물론 배를 타고 가야하는 도서지역까지도 편의점이 들어가면서 단순 소매업장의 역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로서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주도를 제외한 도서지역에서 처음으로 편의점이 문을 연 곳은 최남단 마라도다. GS25는 2007년 마라도가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마라도점을 열었다. 제주도 이외 도서지역에 편의점이 생긴 것은 마라도가 처음이다. 오픈 당시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상품 취급에 제한이 있었으나 현재는 냉동식품 판매도 가능해졌다. 이후 마라도포구점이 문을 열면서 총 2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1년 뒤 2008년 훼미리마트(CU의 전신)가 울릉도에 편의점을 열면서 최동단 지역까지 확장했다. 오픈 당시 강릉과 울릉도를 오가는 헬기와 포항 출발 여객선을 활용해 판매 상품을 울릉도까지 옮기는 탓에 일반 점포 대비 물류비가 높지만,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편의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GS25도 울릉도에 진출하면서 현재 도내 총 6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울릉도 진출은 편의점 업계가 최서단 백령도까지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울릉도의 한 자영업자가 편의점이 들어온 것을 보고 자신이 군 생활을 했던 백령도에 CU를 열었다. 비싼 물류비 탓에 같은 상품도 육지보다 비싸게 구입해야했던 지역 주민들이 정가 판매 정책의 편의점을 찾으면서 지역 내 쇼핑센터 역할까지 도맡게 됐다. 이후 항로를 통한 물류 시스템이 확충되면서 대청도, 제주 추자도, 완도 보길도 등 서해 도서 지역 곳곳으로 사업 지역이 확대됐다.

연평도에 편의점이 생긴 것은 2010년 국방부의 영내매점(PX) 민영화 방침에 따라 GS25가 국군복지단으로부터 해군·해병대 PX 사업권을 획득하면서부터다. 이를 통해 GS25는 10년째 해군 227개 PX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후 육군, 공군 등의 PX 민영화도 검토됐으나 무산되면서 민간 업체가 운영할 수 있는 PX는 GS25의 해군PX가 유일하다.
해군PX 특성상 백령도를 비롯해 볼음도, 이작도, 어청도 등 생소한 도서지역에 위치한 탓에 초반에는 상품 공급을 위한 물류망 구축이 난관이었다. 도서 지역의 경우 물류비가 일반 점포 대비 2배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업체에도 투자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도서지역 진출 확대가 정보기술(IT), 물류망 등 인프라스트럭처 개선에 기여하면서 편의점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자동 발주나 셀프 결제 시스템, 해상 물류 최적화 등 도서 지역 점포 운영을 통해 구체화됐다"며 "열악한 환경을 개척한다는 면에서 운영 노하우 향상으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편의점은 근거리 유통 채널이라는 강점을 살려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역할도 하고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국 유통망을 활용해 긴급 상황에서 필요 물품을 조속히 전달할 수 있어 구호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편의점이 재난 대응 시스템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것은 자연재해와 재난이 잦은 일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지역 편의점에서 이재민이 필요로 하는 식수와 생필품을 우선 공급해 큰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도 재해로 고립된 지역에서 편의점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 기상 악화로 접근이 불가능한 도서지역은 지역 편의점에서 식음료나 생활용품을 선제적으로 공급해 재난구호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줬다.
폭우가 잦았던 올해 여름철에 구호거점으로서 편의점의 역할은 빛을 봤다. 특히 기상 악화로 뱃길이 끊긴 도서지역에서는 편의점이 점포 내 상품을 선제적으로 공급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실제로 CU는 울릉도 주민들이 장기적으로 출도가 어려워지자 점포 내 상품을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GS25는 도내 군부대에 물품을 무상으로 공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육지에서도 부산 대전 경남 충남 등 폭우가 이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약 60개 편의점 점포가 침수 피해를 입었지만 조기 복구가 이뤄져 신속한 필수품 공급 체계를 갖췄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유사시에도 즉시 작동할 수 있는 것은 유통업계에서 편의점만이 할 수 있다"며 "소매점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인프라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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