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공론의 장` 아닌 `혐오의 장` 변질
입력 2020-12-06 11:00 

대다수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에타'라고도 불리는 이곳이 최근 '공론의 장'이 아닌 '혐오와 차별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던 한 여대생이 자신이 올린 글에 달린 악플을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6일 전국 대학 등에 따르면 2011년 출시된 에브리타임은 전국 400여개 대학에서 약 455만명의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국내 최대 대학교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이다. 에브리타임을 통해 시간표·학점 관리를 포함한 학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학생들이 '정보공유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대학 강의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에브리타임에 대한 학생들의 의존도가 매우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에브리타임을 통해 대학 내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되고 있음을 우려해 이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인권위는 "최근 한 이용자가 괴롭힘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브리타임이 대학공동체의 주요한 공론의 장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혐오와 차별 확산은 대학생들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8일 평소 우울증에 앓던 여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학생은 지난해부터 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에브리타임에 수차례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일부 이용자들이 게시물을 향해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죽고 싶다는 말만 하고 못죽네" 등의 악성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여대생은 유서에서 "악성 댓글을 올린 이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대생 유족은 악성 댓글이 사망원인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악성 댓글을 단 작성자를 파악하기 위헤 에브리타임 측을 압수수색했고 작성자를 모욕혐의로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전남대학교 교내 신문인 전대신문도 최근 '에브리타임, '혐오의 장' 되어가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전대신문에 따르면 전남대 에브리타임에서도 ▲캠퍼스 간 불화 부추기기, 학과 비하 ▲지역감정 조장 ▲과도한 선정성 게시판 ▲성별 간 혐오 발언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전대신문이 에브리타임에서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업로드된 게시물을 전수조사한 결과 광주캠퍼스와 여수캠퍼스 간 불화를 조성하는 글이 22건에 달했다. 특정 학과 및 단과대를 비하하는 글도 상당수 올라와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시체 팔이'로 폄훼하는 댓글이 달리는 등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는 글도 있었다.
도를 넘는 선정적인 내용도 올라오고 있다. 전남대 에브리타임에 '전남대의 50가지 그림자'라는 게시판에는 성관계과 음란한 이야기를 나눌 상대를 구하는 글로 채워져 있다. 이같은 내용의 글이 '핫 게시판'에 올라와 많은 이용자들에게 노출되기도 한다.
에브리타임은 신고가 누적된 게시물에 한해 삭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이어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성·지역별 특정 대상에 대한 차별이나 비하 정보에 대한 자율구제 강화를 권고하기도 했다.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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