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요즘 로펌은 `바이든 시대` 열공 중…국내로펌, 바이든 시대 변화 대비 나서
입력 2020-12-05 10:59  | 수정 2020-12-12 11:06

트럼프 시대가 가고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서 국제통상·무역질서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국제 무대에서 우리 기업들을 대리하는 국내 로펌들은 요즘 미국 행정부 교체가 우리 기업 및 국제소송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 한창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바이든 시대 한국 기업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광장은 산하 싱크탱크인 국제통상연구원에서 관련 저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율촌은 1일 '2020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웨비나를 진행했다. 율촌 국제통상팀과 국제분쟁팀이 준비한 이번 웨비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할 핵심 경제 정책이 한국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웨비나에서는 신동찬 율촌 변호사(49·사법연수원 26기)와 김용상 율촌 외국변호사가 연사로 나섰다. 김 외국변호사는 "미국과 전통적 우방국가들과의 관계는 회복되겠지만 원칙에 입각한 외교와 법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우리 기업들은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부패방지법(FCPA)에 근거한 조사가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외국변호사는 "FCPA가 미국 기업 활동에 방해된다는 입장이던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관련 조사가 줄어들었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FCPA 조사 건수와 벌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이 잘만 대비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국제소송 전문가인 김 외국변호사는 지난 5월 율촌에 합류했다. 미국 로펌인 아놀드앤포터 미국 지사에서 10여년간 근무했으며 율촌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오멜버니앤마이어스 서울사무소 공동대표를 지냈다. 김 외국변호사는 론스타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분쟁(ISD)에서 우리나라 정부를 대리했으며 방위사업청의 사해행위 취소 소송 및 중재판결 인증·집행 사건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신 변호사는 이날 웨비나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의 주의를 당부했다. 율촌 중동팀 팀장을 맡고 있는 신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이란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17년 국내 로펌 최초로 국제통상 전담 싱크탱크인 국제통상연구원을 설립한 광장도 국제정세 변화 양상을 분석하는 데 한창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연구원은 4일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정책과 한미무역관계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한 미국 변호사의 기고문을 번역해 배포했다. 아울러 내주 중으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시사점과 관련한 강문성 고려대 교수의 기고문을 배포할 계획이다. RCEP은 미국이 빠지고 중국 주도로 체결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외교 노선을 달리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난제 가운데 하나다.
연구원은 지난달 코트라와 함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원산지 규정 해설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7월1일 USMCA가 발효되면서 자동차·부품 분야에 적용된 원산지 규정이 한층 복잡하고 까다로워져 대응이 어렵다는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자 해설서를 내놨다.
해설서는 USMCA에 담긴 원산지 규정을 법률적으로 해석하고 우리 기업의 유형별 북·중·미 비즈니스 사례를 분석했다. USMCA 협정문과 통일시행규칙·이행지침 원문과 한글 번역본도 함께 실었다.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 6월 국제통상법센터를 법무법인 부속기관으로 발족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미중 대립 등 국제 통상질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1호 통상변호사'인 김두식 대표변호사를 센터장으로 신각수(전 외교부 차관·주일대사), 백주현(전 주카자흐스탄 대사·주러시아 경제참사관) 김준동(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김도열(전 인천세관장) 고문 등 20여 명의 통상·무역·관세 전문가가 속해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앞으로 다자무역이 되살아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화우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무역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변화 속에서 국내 수출입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협정(WTO), 자유무역협정 (FTA), 양자투자보장협정(BIT) 등 국제통상법 규정 및 관련 국내 법령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WTO기능이 회복될 경우에 대비해 WTO 분쟁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화우는 국제무역, 투자, 통상에 특화한 국제무역통상팀을 꾸리고 있다.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국제통상 전담팀을 운영해온 김앤장도 대비에 한창이다. 김앤장은 설립자인 김영무 박사(78·사법시험 2회)가 1972년 상공부 자문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국제통상 분야 경험을 축적해왔다. 김앤장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국제통상 관련 종합 자문 서비스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통상 전문가, 경제 제재 전문가 및 수출 통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업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국제통상·관세·분쟁분야 전문가 60명으로 구성된 국제관세통상그룹을 중심으로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태평양 관계자는 "보조금과 덤핑 등 불공정 무역에 대한 대응, 수출통제와 경제 제재 및 자금세탁에 대한 규제 강화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라며 "관세 및 반덤핑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세계 경제 여건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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