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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상승률까지 제친 韓증시…`박스피` 굴레 벗었다
입력 2020-12-04 18:00  | 수정 2020-12-04 19:49
4일 삼성전자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58% 오른 7만1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고가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서울 시내에서 이날 장세를 보여주는 시세 전광판 앞으로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코스피 2700돌파 ◆
4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2700을 돌파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멍에를 벗어던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는 2011년부터 1800~2200 안팎에서 횡보를 거듭해 '박스피'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지난달부터 밀려든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박스권을 뚫고 이날 2700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을 보는 외국인 투자자 시각이 변화하고 경기 회복 속도 또한 다른 나라보다 빨라 연말 '산타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미국·일본·유럽·중국 등 주요국 대비 코로나19 쇼크에서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다. 주요국 증시는 지난 3월 19~23일 연저점을 기록했는데 코스피는 3월 19일 저점(1457.64) 대비 이달 4일까지 87.4% 급등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67.3%,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63.5% 상승했다. 중국과 영국 등 주요국 증시는 연저점 대비 20~30% 올랐고, 한국과 산업 구조가 유사한 대만 자취엔지수 또한 16.3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한국이 가장 큰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 주요 기업들이 빠르게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코리아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참고로 코스피는 지난 3월 저점을 기록할 때 작년 말 대비 33.7% 하락한 상태였다. 이는 미국 S&P500지수(-32.2%), 일본 닛케이225지수(-30.9%), 영국 FTSE100지수(-35.1%)와 비슷한 수준의 낙폭이다. 코로나19 충격과 함께 코스피가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급락세를 보였다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지난달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6조5230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가 3조5396억원, 기관투자가가 2조7583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사실상 코스피 2700 시대는 외국인 투자에 힘입은 결과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한국 증시 면모를 보면 주요 산업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지 않았다"면서 "최근 들어 ROE가 높은 성장 산업에서 과점적 지위를 보유한 기업이 다수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여전히 코스피 전체 상장사 주가수익비율(PER)이 미국과 일본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앞으로 1년 동안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순이익으로 산출한 PER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PER가 낮으면 시가총액이 순이익 대비 여전히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는 19.44배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S&P500은 같은 기준으로 25.99배, 일본 닛케이225는 25.42배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지배주주 귀속)이 올해보다 45.2%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부문만 보더라도 2018년 이익 규모보다 올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내년 상반기에 추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미래를 감안해 한국 경제 기초 체력이 개선되는 속도보다 주가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코스피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적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아직 펀더멘털과 주가 간 괴리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내년 상반기 코스피 밴드 상단 평균치는 2827.50이다. 코스피가 최대 3000까지 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면서 현 장세가 구조적 강세장의 초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까지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2년부터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강세장이 이어졌는데, 한국 증시는 계속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차, 2차전지, 바이오 위탁생산(CMO) 등 분야에서 과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들이 나오고 있고 한국 증시도 글로벌 강세 흐름과 같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있다. 내년 기업 이익 증가가 전망되지만 큰 규모의 펀더멘털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변화가 있으려면 기업이 새로운 설비를 투자하거나 신산업 이익이 전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은 여전히 반도체 기업이 상장사 이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내년 경기 반등을 감안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과 수출액 대비 시가총액이 평균 추세치를 벗어나 아직 구조적 강세장을 논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규식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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