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북 400만원 월세 등장…집주인 "월세 올려 종부세 내자"
입력 2020-12-03 17:44 
강북 신축 대장주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월세가 하루가 멀다 하고 폭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세 400만원 거래까지 성사됐다. 사진은 마래푸 단지 전경. [이충우 기자]
#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은퇴자 A씨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뒤 평소 마음 한편에만 품어왔던 생각을 마침내 실행에 옮겼다. 종부세만 1500만원가량이고, 재산세까지 합친 보유세가 2500만원에 달하니 강북에 전세를 줬던 집을 월세로 돌려 이를 충당하는 것이다.
A씨는 "내년 상반기 임대계약 기간이 끝나는 세입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보증금을 줄이더라도 월세를 100만원 달라고 얘기했다"며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이 상승분을 월세로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북의 이 단지는 재작년 지어진 신축이다. 입주 시기 전세 물량이 쏟아져 인근 단지에 비해 전셋값을 높게 받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눌렸던 전셋값이 회복되고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지난 8월부터는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가 2년간 워낙 뛰니 갱신권을 청구하려 했다간 집주인이나 가족의 실거주를 '당할' 위험이 높다. 웬만하면 갱신권을 쓰지 않고 시세에 맞춰 재계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대차 2법 도입으로 초래된 월세 폭등이 서울 강남을 넘어 강북으로, 지방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임대차법으로 초래된 전세 매물 감소로 임대인의 협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임대인이 종부세 폭탄을 월세 전환으로 방어하는 까닭이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3일 보증금 1억원, 월세 4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보증금 1억원, 월세 200만원대에 계약됐는데 월세가 2배가량 올랐다. 성동구 성수동2가 힐스테이트는 지난달 전용 143㎡가 보증금 3억원, 월세 320만원에 거래됐고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는 보증금 1억4000만원, 월세 190만원에 계약됐다. 강남에만 있던 고가 월세가 강북으로 번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방에서도 관찰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전용 134.91㎡는 보증금 2억원, 월세 23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20만원이던 시세가 임대차 2법 시행 직후인 8월 보증금 2억원, 월세 200만원으로 치솟은 뒤 월세 상승세가 계속되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바로 빼줄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보증금 상승액만큼만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며 "이게 현재 가장 많이 나타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월세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7930건 중 월세는 3084건으로 38.9%를 차지했다. 전월(27.0%)보다 11.9%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최고 수준이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조세의 귀착' 현상이 현실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세의 귀착이란 특정인을 대상으로 세금을 올렸어도 가격 조정을 통해 타인에게 조세 부담이 전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공급이 제한된 품목에 대해서 세금을 매길 땐 수요자에게 조세가 더 많이 전가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최근 밝혔듯 아파트는 '빵'처럼 바로 공급을 늘릴 수 없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유세를 중과할 수록 임차인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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