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태원 최측근 M&A 해결사…박정호, 통신·반도체 다 챙긴다
입력 2020-12-03 15:45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하게 됐다. 그간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었지만 이제부터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는 얘기다.
3일 SK그룹은 2021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존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통신사인 SK텔레콤 사장을 하면서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서 경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박 부회장은) 빅테크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SK텔레콤의 CEO와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임하게 됐다"며 "융복합화가 심화되는 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 리더십을 발휘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부회장은 SK에서 잔뼈가 굵은 그룹내 최고 실세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박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최 측근이자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이 사적인 고민이 있을 때도 박 부회장을 직접 만나러와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둘의 관계가 돈독하다고 한다.
박 부회장은 그룹의 최고 M&A 해결사로도 꼽힌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인수할 당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중대 현안을 결정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인텔 출신의 이석희 사장이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강화를 위해 초기에 인텔 측과 접촉하며 인수 타당성을 검토했으며, 이후 박 부회장이 도와 M&A 실무를 지원했다.
실제 박 부회장의 그룹 내 M&A 스토리는 화려하다.1989년 선경 입사 이후 그룹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그는 SK텔레콤 재임 시절인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2017년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에도 역시 많은 역할을 했다. 최근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SK텔레콤 자회사 11번가 3000억원 투자도 이끌었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은 ICT 전문가이면서, 직접 인수에도 참여한 SK하이닉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SK하이닉스 경영에 '지원군'이 투입된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박 부회장의 통찰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D램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낸드 부문 역시 인텔의 사업부 인수로 글로벌 2위 도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확고한 2위 자리를 지키면서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앞서 나가야한다.
뿐만 아니라 SK그룹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SV),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SK하이닉스에 심어주기 위해 그룹과 최태원 회장의 생리를 뼛속까지 잘 알고 있는 박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박정호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실질적인 경영은 기존 SK하이닉스 CEO이자 대표이사인 이석희 사장이 계속 이어나간다. 다만 박 부회장은 SK텔레콤 경영을 이어가는 동시 SK하이닉스의 굵직굵직한 현안 등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