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스물스물] "시험보다 건강 걱정" 응원전·기도 사라진 코로나19 수험장
입력 2020-12-03 09:32  | 수정 2020-12-03 11:53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앞이 응원전 없이 차분한 모습이다. [김금이 기자]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서울 곳곳 수능 시험장 앞은 작년과 같은 응원단의 힘찬 구호나 노랫소리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3일 오전 7시께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수능 시험장 여의도고등학교 앞에선 KF 마스크와 패딩으로 중무장한 수험생들이 하나둘 수험장에 도착해 띄엄띄엄 떨어져 정문을 통과했다. 작년 수능일엔 수십명이 모여 응원전을 펼치는 학생들이나 핫팩을 나눠주는 학원 관계자들,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붐비던 곳이지만,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치러지는 올해 수능 시험장은 '홀로 입장'하는 수험생들만 눈에 띄었다.
발열 체크와 손소독 등 방역 절차를 위해 수험장에 일찍 도착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작년보다 많았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교 안에 들어가는 것을 짧게 확인한 뒤 더 머물지 않고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구로구에서 온 학부모 김 모씨(47·여)는 "아이 수능을 앞두고 가족 모두 외식도 안 하고 퇴근하면 인사만 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불안해서 한 달동안 독서실로 매일 도시락을 배달해줬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 사이에서도 수능이 끝나면 놀러가지 않고 자발적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하나 걱정이 많다"며 "10대 마지막과 20대 시작이 코로나19로 망가진 것 같다고 우울해한다"고 했다.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온 학부모 김 명주씨(49·여)는 "수능 직전에 학원 수업도 중단돼 집에서 공부하느라 온 집안이 살얼음판이었다"며 "시험도 시험이지만 혹시나 아이가 코로나에 걸릴까봐 건강이 더 걱정된다. 위험 없이 마치고 무사히 넘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5분정도 짧은 응원전도 있었다. 관악고등학교 태권도부 1, 2학년 학생 10여명이 수능을 보는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수험장 앞을 찾아 "화이팅"을 크게 외쳤다. 2학년 김원 군은 "작년에는 여의도여고로 단체 응원을 가서 이름도 크게 외치고 뛰어다닐 수도 있었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선배들이 수험장에 들어가면 바로 해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을 들여보낸 학부모들이 펜스 사이로 자식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김형주 기자]
서울 중구 이화외국어고등학교 정문 앞도 예년과 다르게 썰렁한 모습이었다. 수험생을 안내하는 학교 관리인과 교통경찰들만 정문을 지키고 있었고, 배웅하러 온 일부 학부모들은 문밖에서 자식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이화외고 관리인 A씨는 "작년에는 응원하러 온 학생들로 왁자지껄했는데 올해는 한 명도 없다"며 "학부모들도 덜 따라오는 거 같고 경찰들만 두 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정문에 들어서는 수험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수험생인 교회 동생을 배웅하러 온 대학교 1학년 B씨는 "평소 같으면 여럿이 와서 함께 응원해줬을 텐데 소규모로 왔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나도 대학 생활을 제대로 못 했는데 동생이 들어갈 때는 코로나19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추운 날씨에 시험장 앞 응원도 금지됐지만 학부모들은 쉽게 걸음을 떼지 못 했다. 딸을 들여보내고 한참 동안 서있던 C씨는 "혹시나 딸이 필요한 게 생겨서 나올까봐 시험 시작 전까지 앞에서 기다리려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고생한 자식들이 안쓰럽다고 밝혔다. 11월에 자가격리 대상이 됐던 학부모 D씨는 "남편이 딸을 챙겨주긴 했지만 중요한 시기에 엄마로서 역할을 못해 미안하다"며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재수생 비중도 역대 최다라고 하고 올해는 정말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금이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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