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발렌시아가·루이비통이 게임속에?…명품과 게임의 이색 컬래버 주목
입력 2020-12-02 14:38  | 수정 2020-12-02 16:12
루이 비통 x 리그 오브 레전드 세나 캡슐 컬렉션 [사진 제공 = 루이비통]

최근 명품업체들이 게임업계와 컬래버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패션쇼 등 다수가 밀집하는 오프라인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자 랜선·가상공간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럭셔리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직접 만든 게임을 통해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공개하기로 했다. 오는 6일 론칭할 '애프터월드: 더 에이지 오브 투모로우'는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하기 위해 만든 게임이다. 이 게임은 2031년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내용으로, 웹 브라우저 내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없다.
앞서 발렌시아가는 지난 10월 2021년 서머 '프리 컬렉션(봄/여름, 가을/겨울 등 정기 시즌 사이에 공개하는 컬렉션)'을 유튜브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팝스타 코리 하트가 1984년 발표한 '선글래시스 앳 나이트(Sunglasses At Night)'란 곡에 맞춰 남녀 모델들이 한적한 파리의 밤거리를 무대 삼아 모델 워킹을 선보였다. 곡 제목처럼 모델들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도도히 밤거리를 걷는다.
명품과 게임의 컬래버, 발렌시아가가 처음은 아니다. 루이비통, 구찌, 발렌티노, 마크제이콥스 등이 유명 게임들과 공동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루이 비통 x 리그 오브 레전드 세나 프리스티지 스킨 [사진 제공 = 루이비통]
루이비통은 지난해 말 라이엇 게임즈의 유명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협업한 '루이비통 X 리그 오브 레전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LOL의 로고와 챔피언을 모티브로 한 제품으로 출시 1시간 만에 전 제품이 모두 팔려나갔다.
테니스 클래시에 등장한 구찌의 저지 재킷, 팬츠와 스니커즈 [사진 제공 = 구찌]
지난해 12월 공개된 캡슐 컬렉션에는 의류, 액세서리 뿐 아니라 이번 컬렉션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모노그램 루이 비통 X 리그 오브 레전드' 캔버스가 포함됐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지난 6월 글로벌 모바일 게임 '테니스 클래시'와 협업을 진행했다.
테니스 클래시는 앱스토어 인기 스포츠 게임 상위권을 유지할만큼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게임이다. 2019년 구글플레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게임 5'에도 선정됐다.
구찌는 남자 트레이닝 슈트, 여성용 로고 티셔츠 등 4가지 게임 캐릭터용 패션 아이템을 출시했다. 게이머들은 게임머니로 이를 구매해 게임 속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수 있다. 구찌는 자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만들어 게임 아이템이 아니라 실제 해당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아이템은 남성용 트레이닝복 세트와 운동화까지 게임 속 화폐인 보석 2500개(1만2500원 상당)가 있어야한다. 실제 이 옷을 사려면 남성 캐릭터 기준, 총 524만원(저지 재킷 262만원, 팬츠 176만원, 스니커즈 86만원)이 필요하다.
구찌와 테니스 클래시의 컬래버 [사진 제공 = 구찌]
명품 업체들은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게임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동숲은 게이머가 가상공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어울리며 마을을 만들어나가는 게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생활이 길어졌다. 일상생활이 어려워지자 자연스레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 게임은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제공해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여름 21 프리 컬렉션을 영상으로 공개한 발렌시아가 [사진 제공 = 발렌시아가]
명품업체들도 이 게임을 주목했다. 발렌티노, 마크 제이콥스 등은 2020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모동숲에서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해당 브랜드들은 게임 속 '마이 디자인'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명품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평소에 접하기가 어렵다. 수많은 모동숲 게이머들은 명품 의상 디자인을 본따 게임 속 캐릭터에 입힐 의상을 만들었고, 더 나아가 이를 다른 유저들과 공유했다. 실제 명품을 구하려면 비싼 돈이 들지만, 온라인 상에선 약간의 노력만 들이면 명품을 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명품 의상을 입히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발렌시아가가 제작해 오는 6일 공개하는 게임 `애프터월드: 더 에이지 오브 투모로우` [사진 제공 = 발렌시아가]
게임 속 이런 유행을 본 발렌티노와 마크제이콥스는 게임에 직접 뛰어들어 자신들이 만든 '정품 옷'을 제공했다. 자사 온라인몰이나 인스타그램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캐릭터용 옷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ID 코드를 부여했다. 발렌티노와 마크제이콥스는 자사 홈페이지로 찾아온 게이머들이 ID 코드를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명품에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비대면 시대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인 셈이다.
명품 업체들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명품을 노출할 수 있고, 게이머들은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명품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 명품이 적은 비용으로 명품을 걸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스몰 럭셔리'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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