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이사진의 다양성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새로이 도입한다. 나스닥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은 세계 2위 규모의 거래소로, 현재 3000곳이 넘는 기업들이 상장돼있다.
AP통신은 1일(현지시간) 나스닥이 백인 남성위주의 이사진에서 탈피하고 미국 내 다양한 집단을 반영하기 위해 3000개 기업을 압박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날 나스닥 발표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은 이사진에 최소한 여성 한 명과 소수계층을 대변하는 흑인, 라틴계, 성소수자(LGBTQ) 구성원 한 명을 포함시켜야 한다. 소규모 회사거나 외국기업일 경우 여성 이사진 두 명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나스닥 측은 "대상기업이 이사진에 대해 일관되고 투명한 다양성 통계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준수하지 않는 회사는 나스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데나 프리드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업계 전선에서 거의 아무런 실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가 먼저 주도권을 잡기로 했다"며 "이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포용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발 진전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스닥의 목적은 더 강력한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포용적 성장과 번영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앞서 각국 정부들과 기업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사진 구성원의 다양성을 키워야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져왔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직원이 2000명 이상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여성임원 1명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9월 주내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의 이사회가 최소한 한 명의 소수 계층 구성원을 둘 것을 의무화했다. 미국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지난해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상장사들이 다양한 출신의 이사회 후보를 물색할 수 있도록 도와온 바 있다.
AP통신은 "(해당 이슈가) 단지 평등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기업 의사결정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직원과 고객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경영실적과 주가도 개선된다"고 전했다. 나스닥은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보고를 인용해 "다양성을 더 높게 유지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연간 수익률이 12% 더 높게 기록됐다"는 내용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에서는 나스닥이 인종, 성별과 관련해 차별적 할당제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적인 성향의 법률단체 주디셜워치는 "이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요구"라며 "나스닥이 '깨어있는 이념'을 실천하려는 것이고 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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