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1월 서울 전셋값 2천390만 원 올라…역대 최고 상승액
입력 2020-12-02 08:02  | 수정 2020-12-09 08:03

전세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이 급격히 뛰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올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연봉보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뛰었습니다. 지방도 부산·울산 등 광역시와 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크게 올랐습니다.

전세난의 원인으로 꼽히는 전세 공급 문제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전세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천69만 원으로 전달(5억3천677만 원)보다 2천390만 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달 월간 전셋값 상승액은 KB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9년 5개월 동안 가장 크게 오른 것입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1년 동안 받는 연봉보다도 많은 액수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천590원, 월급으로는 179만5천310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2천154만3천720원인데, 이보다 많습니다.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한 새 임대차법이 본격 도입된 8월 이후 제도 초기 부작용으로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같은 전셋값 폭등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세입자 대부분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으며 시중에 나오는 전세 물건이 급감하고, 전월세상한제로 전셋값을 2년에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들이 4년 치 보증금을 미리 올려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은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8월 5억1천11만 원으로 처음 5억 원을 돌파했고,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6천146만 원이 오르는 등 급등했습니다.

KB 평균 전셋값 통계 작성 이후 월간 전셋값이 1천만 원 이상 오른 것은 딱 4번인데, 2016년 1월(1천941만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3번은 모두 올해 8월(1천89만원), 10월(1천971만원), 11월 등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 몰려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8천632만 원 올랐는데,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8∼11월 4개월 동안 상승액이 전체 상승액의 71.2%(6천146만원)에 달합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당 평균 28만4천 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3.3㎡(1평)당 평균 93만7천 원 오른 셈입니다.

KB 리브온 통계는 구별 평균 전세가격은 제공하지 않고, 구별 ㎡당 가격만 제공합니다.

이 때문에 전체 평균 전셋값과 ㎡당 전셋값을 맞춰 비교하면 구별 전셋값 추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 평균 전셋값을 국민주택 규모보다 조금 큰 전용면적 86.7㎡ 아파트에 적용하면 5억6천68만 원으로, 평균 전셋값과 같은 수준이 됩니다.

전용 86.7㎡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송파구 전셋값이 평균 4천574만원 올라 서울에서 상승액이 가장 컸습니다.


이어 강남구가 평균 4천270만 원 올라 뒤를 이었고, 성동구(2천910만 원), 마포구(2천760만 원), 강동구(2천727만 원), 강서구(2천719만 원), 용산구(2천542만 원), 양천구(2천480만 원) 등 순이었습니다.

학군·교통 등의 이유로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등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거센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달 기준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로, 86.7㎡짜리 전세 아파트를 얻는데 평균 9억4천951만 원이 필요했습니다. 서초구가 8억6천44만 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송파구에서 같은 평형 아파트를 전세로 얻으려면 6억7천310만 원이 들었고, 성동구는 6억4천368만 원, 중구는 6억3천59만 원, 광진구는 6억2천808만 원, 마포구는 6억1천596만 원, 용산구는 6억559만 원이 필요했습니다.

전셋값이 가장 저렴한 지역은 도봉구로, 86.7㎡ 아파트 기준으로 평균 3억6천239만 원이 필요했고, 금천구(3억7천968만 원), 노원구(3억8천668만 원), 중랑구(3억9천539만 원)가 4억 원 미만이었습니다.

10월까지 86.7㎡ 아파트 기준 평균 전셋값이 4억 원을 밑돌던 강북구는 지난달 4억332만 원으로 전달보다1천128만 원 오르며 '4억 원 미만 지역'에서 벗어났습니다.

최근 전셋값은 수도권·지방을 가리지 않고 오르고 있습니다.

지방의 경우 전셋값 상승세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더 두드러집니다.

경기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3억1천66만 원으로 전달보다 1천545만 원 오르며 조사 이후 처음으로 3억 원을 넘겼습니다.

경기의 최근 4개월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액은 4천97만 원에 달하는데, 올해 11월까지 전체 상승액이 5천631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4개월간 전체의 72.6%에 해당하는 금액이 올랐습니다.

울산은 지난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억9천55만 원으로 전달보다 1천365만 원 뛰었습니다. 최근 4개월간 상승액은 2천740만 원으로 올해 전체(2천740만 원)의 절반가량(49.8%)이 최근 4개월 동안 올랐습니다.


부산의 최근 4개월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액은 974만 원으로 올해 전체 상승액(1천219만 원)의 79.9%에 해당하고, 대구는 1천321만 원으로 올해 전체 상승액의 75.6%와 맞먹습니다.

상반기까지 전셋값 안정세를 보였던 도 단위 지역도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강원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337만 원 올랐는데, 최근 4개월 동안 전체 상승액의 무려 92.6%(312만 원)가 올랐습니다.

경북도 11월까지 415만원 오른 가운데 전체 상승액의 80.8%(336만 원)가 최근 4개월에 올랐습니다.

전국적으로 전세 불안이 지속되자 정부가 지난달 공급 확대를 기조로 전세 대책을 내놨지만, 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전셋값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합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4% 오르고, 수도권은 5%, 서울은 3%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전세 물건 부족으로 내년 전셋값 상승률이 올해(4.4%)보다 더 확대된 5.0%에 이를 전망이라고 추산했습니다.

권주안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급 확대와 사전청약 적용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실제 입주가 5년 이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전세시장 불안 장기화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에 전셋값이 안정되면서 전세난이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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