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이어트로 인한 변비, 방치했다가 `게실염` 온다
입력 2020-12-01 20:40 

5개월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A씨(31)는 매일 저녁을 굶고 아침, 점심에 고단백 식품 위주로 식사를 했다. A씨는 7kg감량에 성공했지만 변비라는 복병을 만났다. 그는 최근 심한 복부 통증을 느껴 방문한 병원에서 '게실염'이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게실염은 대장 내부조직이 변을 배출할 때 가해지는 압력으로 인해 풍선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게실'에 염증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선천적인 원인과 고지방 및 고단백 위주의 식단,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변비 및 섬유질 부족 등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원래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병이었지만 서구식 식습관이 보편화되면서 게실염에 노출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게실염으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4만 4,591명이었던 환자가 2019년에는 5만 9,457명으로 33.3% 가량 늘어났다. 성별로는 2019년 기준 여성 환자가 61.6%로 남성 38.4%보다 23.2%p 더 많았으며, 연령은 50대가 20%, 40대가 18.6%로 가장 비중이 컸지만 전 연령 고르게 분포됐다. 현대그룹 정몽구 회장과 래퍼 이영지가 게실염에 걸렸던 것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게실염 증상은 발열, 변비나 설사, 하복부 통증 등이며 초기에는 매우 경미하거나 아예 없다고 느끼기 쉽다. 대장내시경 중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으며 다른 질환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충수염(맹장염)은 게실염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다. 충수염은 처음에는 명치 부분이 체한 듯 거북한 느낌이 들고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 증상이 나타나다가 1~2일 경과 후 오른쪽 아랫배로 통증이 옮겨가는 반면 게실염은 전조 증상 없이 하복부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게실염은 질환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만약 증상이 경미한 초기 게실염 환자라면 금식과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지만 증상이 심각하거나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장 일부를 잘라내고 다시 이어주는 외과적인 수술을 진행한다. 단, 오래 방치돼 출혈, 천공, 장폐색이 발생한 경우 절제 후 즉시 재연결하기 어렵다. 임시 인공항문을 만들었다가 나중에 재연결하는, 보다 복잡한 수술이 필요하므로 증상이 악화되기 전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란병원 외과 정홍규 과장은 "대장 게실염은 10대에서 80세이상까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누구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이어트 중에는 변비가 발생하기 쉬운데 대변량이 적어지고 딱딱해지면 대장 내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똑같이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충수염(맹장염)과 구별하기 어려우니 증상이 느껴진다면 외과에 방문해 전문의 진찰을 받아보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정홍규 과장은 이어 "게실염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자주 섭취해 부드러운 대변을 형성하는 것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라며 "무리한 다이어트와 흡연, 비만 등이 위험 인자가 되기 때문에 배달 음식을 줄이고 적절한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체중 감량하기, 금연하기 역시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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