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27일(17: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LG하우시스의 비핵심사업부 매각 작업이 오랜 침묵을 깨고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현대비앤지스틸, KCC 등의 대기업과 협상을 재개한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은 거래 성사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논의 초기 단계여서 수많은 변수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최근 비핵심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현대비앤지스틸, KCC 등 전략적투자자(SI) 위주로 협의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매각 실무를 맡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거래 초반이었던 연초엔 자동차소재사업부만 파는 모양새였다"며 "5~6월부터 산업용필름사업부까지 패키지로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차그룹에서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생산을 맡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95% 가량이 해당 부문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LG하우시스 사업부 인수로 사업 영역을 차량 소재 부문까지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비앤지스틸 거래처의 상당 부분이 현대기아차, 현대건설 등 그룹사여서 LG하우시스 사업부 고객군과 상당부분 겹친다는 장점도 있다.
건자재 업체인 KCC 역시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KCC의 경우 도료부문이 자동차를 전방 산업으로 두고 있는데, 자동차소재사업을 시작하면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다만, 두 회사가 유력한 인수자인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홀로 거래를 완주하기엔 두 회사의 재무부담이 모두 크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대비앤지스틸(장기 신용등급 A+)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79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거래가격이 2000억~3000억원 안팎이 점쳐지는 걸 감안하면, 체급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 가능하다. KCC는 지난 5월 자동차, 조선사업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신용등급이 'AA0'에서 'AA-'로 한 단계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뒤 차입부담도 적지 않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KCC의 부채비율은 145%로 전년 말(110.7%) 대비 약 34%포인트 증가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두 회사는 사실상 재무적투자자(FI) 없이 이번 거래를 완주하기 힘들다"며 "컨소시엄 형태로 자금력을 확충한 뒤 인수의향서(LOI)를 내야 유효한 인수 후보군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LG하우시스는 비핵심자산 정리 차원에서 사업부 매각을 추진해 왔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점을 감안해 공개입찰 대신 인수 후보군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JKL파트너스 등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대부분 제안을 받았다. 한 때 일본 도레이와 미국 에이버리데니슨 등의 글로벌 기업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매수·매도자 간 눈높이 차이가 커 협상이 진전되진 않았다.
자동차소재·필름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9403억원, 영업손실은 218억원이었다. 연초 이후 올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은 6107억원, 영업손실은 351억원이었다. 매각 측은 외형 상 실적은 부진하지만 두 사업부의 경량화 자동차 부품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부문의 차별화된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은 것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현대비앤지스틸과 KCC가 구체적인 가격까지 논의할 정도로 거래가 진전된 것은 아니다"라며 "매각 측 입장에서 인수 후보군의 풀이 조금 더 늘어났다는 의미 정도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