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송대현 사장 용퇴…LG가전, 세대교체로 혁신 가속
입력 2020-11-30 16:28 

LG전자가 연말 임원 인사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생활가전(H&A)사업 수장을 전격 교체한 가운데 LG전자의 파격적인 세대교체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가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송대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은 서울 집무실과 창원 사업장을 오가며 후임자인 류재철 부사장과 인수인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12월 초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 방안과 제품·기술 경쟁력 강화방안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류 부사장과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앞서 송 사장은 지난 26일 LG전자 임원인사에서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했다. 그는 임기를 마치는 내년 3월 LG전자 고문으로 위촉될 예정이다.
송 사장은 2016년부터 4년 간 가전사업을 이끌며 LG 가전의 황금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1위'라는 꿈을 이룬 것도 그다.

송 사장이 H&A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된 이듬해 LG 생활가전은 미국 월풀을 제치고 영업이익 세계 1위 고지에 올랐다. 올해는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에서도 처음으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송 사장 부임 이후 LG 생활가전 실적은 매년 신기록을 이어갔다.
송 사장은 1983년 금성사에 입사한 이후 에어컨 컴프레서, 조리기기, 청소기, 냉장고 등 가전사업 전반을 두루 거쳤다. 그는 H&A사업본부장을 맡으며 "생활가전의 본질은 고객들의 의(衣)·식(食)·주(住)·동(動)·락(樂)과 맞닿아 있다"며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송 사장은 이같은 문제의식 하에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와 원바디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식물재배기 등 이전에는 없던 가전영역도 개척했다. 가전과 가구를 결합한 신개념 융복합 가전 'LG 오브제'를 출시하는 등 '공간가전'에도 각별한 공을 들였다.
'세계 1위'를 이끈 뒤 용퇴한 송 사장의 모습은 지난해 인사에서 부회장직을 내려놓으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조성진 LG전자 고문을 연상시킨다. 1976년 입사 후 36년간 세탁기에 매진한 조 고문은 2012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 H&A사업본부를 글로벌 최정상으로 올려놓은 바 있다.
신임 H&A 사업본부장인 류재철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LG전자의 최연소 사업본부장이다. 송대현 사장보다는 9세, 조성진 고문보다는 11세 젊다. 업계에서는 류 부사장의 발탁 배경에 H&A사업본부의 디지털전환 가속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전사업 차별화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디지털전환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조성진 고문이 용퇴하고 권봉석 사장이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것은 권 사장이 빅데이터·AI 등에 대해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 디지털전환의 최적임자로 꼽혔기 때문"이라며 "류 신임 본부장은 고객과 시장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고 있는데, 여기에 디지털전환을 접목할 경우 가전사업에서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