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정규직 해고 대란'…해법은 없는가?
입력 2009-06-11 12:17  | 수정 2009-06-11 14:10
【 앵커멘트 】
그렇다면, 정치권과 노동계 그리고 재계는 각자 어떤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걸까요?
각 주체들의 주장과 문제점, 그리고 절충점은 없는 것인지 이혁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한 혼란의 시발점은 바로 정부입니다.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이영희 장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올 7월이면 경기침체로 인한 대량 해고사태가 올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 인터뷰 : 이영희 / 노동부 장관 ( 개정안 제출 당시 )
- "100만 이상이 올해 7월부터 시작해서 6개월 사이에 정규직 전환이냐 해고냐를 결정하게 됩니다."

최근 70만 명 정도로 수치를 조금 낮추기는 했지만 정부는 지금도 해고 대란설을 근거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야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계를 비롯해 학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합니다.

▶ 인터뷰 : 이병훈 / 중앙대학교 교수
- "정부나 여당은 그냥 부풀려서 70만이 고용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을 어떻게 바꾸자는 논리는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니라는…"

노동계는 한 발 더 나아가 기간제한이 아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이승철 / 민주노총 대변인
- "기간제한을 철폐하고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른바 사유제한 방식으로 대체입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나라당은 한 발 뺐습니다.


반발 속에 법을 고칠 수는 없겠다 판단하고 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국회통과 여부는 요원합니다.

민주당이 참여정부시절 우여곡절 끝에 제 손으로 만든 법을 시행도 안 해보고 사장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 인터뷰 : 김상희 / 민주당 의원
- "이것은 그동안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완전히 저버리는 법안이라고 생각하고, 이럴 경우 오히려 비정규직은 훨씬 더 확대되고 비정규직 증가 현상은 고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는 듯한 모습입니다.

정부와 여당 뜻대로 유예든 연장이든 되면 비정규직을 연장해서 쓰면 되고, 끝까지 안 되면 경기침체를 빌미로 해고 하고 재배치나 순환배치 같은 편법을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 이후 기간제 근로자 고용이 오히려 늘었다는 통계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옥죄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노동계와 재계는 여전히 제 목소리 내기만 바쁩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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