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생각으로 하늘과 통한다(一念通天)…조한규 서예전 26일까지
입력 2020-11-23 10:54  | 수정 2020-11-23 11:15
조한규 서예작품 `일념통천`

'光明正大(광명정대)'
백범 김구 선생이 즐겨 쓰던 이 휘호는 '환히 밝고 바르고 크다'는 뜻이다. 정직하고 바른 마음이나 품행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입구인 일백헌갤러리에서 열린 일산(一山) 조한규 서예전에서도 2021년 새해 사자성어로 제시됐다.
언론인 출신 서예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새해엔 국내 정치를 비롯해 남북, 한미, 한일, 한중관계에서 '광명정대'가 이뤄지기를 소망하는 뜻을 담아 썼다"면서 "지도자들이 동양정치의 요체인 광명정대를 이루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정치는 물론 국제 정세가 안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서예전은 '광명정대'를 비롯해 '정윤회 문건' 이후 마음을 다스리며 창작한 '일념통천(一念通天)', '만천명월주지옹(萬川明月主旨翁)', '선호념(善護念)', '무량복덕(無量福德)', '전발(剪跋)' 등 24점으로 꾸며졌다.
조 전 사장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붓을 잡기 시작했고, 세계일보 사장을 그만둔 뒤 미술품 감정학자이자 서예가인 이동천 박사로부터 '신경필법(神經筆法)'을 배웠다. '신경필법'은 중국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필법에 붓에 신경을 담는 운필(運筆)을 가미해 창안한 비법이다.

조 전 사장은 이를 '심필(心筆)'이라고 표현한다. "혼(魂)을 담은 필력, 기(氣)가 발산되는 운필이 중요해요. 기존의 서예가 정해진 틀의 전통적인 미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모든 신경을 붓끝으로 모아 마음 가는 대로 붓을 움직이는 '심필'을 구현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정신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조 전 사장은 서예를 통한 자기 수련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뇌의 집중력을 강화해 창의성을 개발하고 예견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서예작품집 '일념통천'에서 이렇게 말한다. "매일 1시간 이상 붓글씨를 쓰다보면 몰입에 의해 뇌신경 연결망이 바뀌고 고도로 전문화된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이 개발된다. 훌륭한 '심적 표상'을 갖고 있으면 놀라운 기억력, 패턴 인식 능력, 문제해결 능력, 고도의 전문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서예전을 꿰뚫고 있는 주제는 바로 한 생각으로 하늘과 통한다는 '일념통천'이다. 심오한 깨달음을 통해 코로나19 병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만 개의 냇물을 밝게 비추는 달의 참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라는 '만천명월주지옹'은 이 어려운 시대의 지도자가 가야 할 방향이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만 백성을 밝게 비추는 달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 전 사장은 내년에 이동천 박사 등 한중일 서예 학자들을 중심으로 국제학술대회와 서예전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제 한국 서예가 한자문화권을 이끌 때가 됐다"고 말한다. 전시는 26일까지.
조한규 서예작품 광명정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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