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먹튀 CEO 변수에…테슬라·모더나 주가희비
입력 2020-11-20 17:40  | 수정 2020-11-20 19:38
한때 '10달러짜리'라는 월가의 혹평 속에 공매도 집중 공략 대상이 됐던 테슬라 주식이 뉴욕증시에서 전고점을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주를 두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화이자·모더나 CEO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 글로벌 개미(개인투자자) 군단의 마음을 샀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2.60% 오르면서 499.27달러에 마감했다. 분할된 주식 거래 첫날인 지난 8월 31일(498.32달러) 주가를 넘은 사상 최고치다. 테슬라가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편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는 사흘 새 22.34% 올랐다.
테슬라는 19일 시가총액 4732억5800만달러를 기록해 S&P500 내 기업인 비자카드와 월마트를 앞섰다. S&P500 내에서 테슬라보다 시총이 큰 업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알파벳, 페이스북과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정도다.
머스크 CEO는 18일 트위터를 통해 "내가 가진 상장 주식은 오직 테슬라뿐"이라면서 "좋은 제품을 내놓는 회사 주식이 아니면 팔아버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언급은 화이자와 모더나 CEO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95%에 달한다는 소식을 전후해 자사주 주가가 오르자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 것과 대비돼 투자자들의 마음을 샀다. 앨버트 부를라 화이자 CEO는 백신 중간 결과를 발표한 지난 9일 자사 주식 560만달러(약 62억3300만원)어치를 팔았다.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CEO는 백신 중간 발표가 임박한 이달 다섯 차례에 걸쳐 총 581만달러(약 64억원)어치를 매도했고, 탈 잭스 최고의료책임자(CMO)는 스톡옵션으로 받은 1만5000주를 지난 16일 내다 팔았다. 이들의 매도 소식에 주가도 떨어졌다.

'실리콘밸리의 악동' 머스크 CEO는 개미 군단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5월 1일 그는 "내 생각에 테슬라 주가는 너무 높다"고 말해 당일 주가가 11% 급락한 결과 테슬라 시총 140억달러 증발 사건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다만 그는 앞서 2013년 6월 "다가오는 주주총회를 잊지 말라"면서 "내 돈이 가장 먼저 들어간 것은 테슬라 주식이며 테슬라에서 가장 늦게 빠져나오는 것도 내 돈일 것"이라고 말해 자사주에 대한 애착을 보인 바 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4~6월)에 네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해 S&P500 편입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지난 9월 4일 다우존스S&P500 지수 위원회가 테슬라를 제외하면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다만 '주가수익비율(PER)이 800배를 넘는 거품'이라는 월가 지적과 '꿈의 주식'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결국 S&P500에 편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 후려치기'에 앞장섰던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도 입장을 바꿨다. 지난 18일 모건스탠리는 "최고의 소프트웨어와 고수익 서비스 사업을 키우는 테슬라를 단순히 자동차 판매업체로 보는 것은 테슬라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목표주가를 기존(360달러)보다 1.5배 높은 540달러로 제시한 후 3년 만에 '비중 확대(매수)' 투자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5월 모건스탠리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97달러에서 10달러로 낮춘 바 있다.
테슬라 주가가 최근 급등한 배경에는 S&P500 편입 효과와 스페이스X 투자 기대감이 있다. 시장은 다음달 21일 실제 지수 편입이 이뤄지면 지수 내 테슬라 비중이 1%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인덱스펀드만 해도 510억달러(약 56조4264억원) 규모 자산 재조정을 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트레이딩애널리시스닷컴의 토드 고든은 "테슬라 주가 상승세를 부정하는 것은 연방준비제도가 떠받치는 증시 상승세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평가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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