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애 첫 소설로 세계 3대 문학상 `부커상` 영예
입력 2020-11-20 13:15  | 수정 2020-11-27 13:36

'바나나 리퍼블릭 패션디자이너·32번의 출판 거절·생애 첫 소설로 당선'
미국 뉴욕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한 40대 작가가 생애 첫 작품으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2016년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AP통신은 19일(현지시간) 부커상 심사위원회가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는 더글러스 스튜어트(44·사진)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놀랍게도 스튜어트는 자신의 생애 첫 소설인 '셔기 베인(Shuggie Bain)'으로 올해 부커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1976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난 스튜어트는 런던의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24세 때 뉴욕으로 이주, 캘빈 클라인과 랄프 로렌, 바나나 리퍼블릭 등 유명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한 이 소설은 셔기와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글래스고에서 성적소수자로 성장한 경험을 소설 속에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다.
스튜어트는 이 소설이 출간될 때까지 32번이나 출판사의 거절을 당했다고 전했다. 마거릿 버스비 부커상 심사위원장은 "이 책은 은밀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고, 또 도발적인 면도 있다"라며 "주인공 셔기의 성 인식이 급성장하고, 동시에 복잡하지만 사랑스러운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가 녹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심사하는 동안 '이 책이 고전 반열에 오르겠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스튜어트는 당선 발표 전 미국공영라디오(NPR)와 인터뷰에서 "유년기의 고통과 트라우마 속에 빠져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그 고통을 예술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패션 디자이너라는 특이한 이력에 대해 "내게 소설을 쓴다는 것은 뉴욕의 디자이너라는 반 페이지와 글래스코에서 자란 어린 소년이라는 반 페이지를 서로 합쳐 한 페이지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부커상은 2018년까지 '맨부커상'이라는 타이틀로 수여되다가 지난해 초 대체투자 운용사인 '맨그룹'이 후원을 중단하면서 2019년부터 현재와 같은 이름으로 바뀌었다. 스튜어트에게는 상금 5만 파운드(약 7400만원)가 함께 수여된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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