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주 급한 조선사 vs 선복 부족한 선사`…선가 힘겨루기
입력 2020-11-19 15: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올 한 해 수주 절벽에 시달린 조선업계가 연말 막판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주로 신조선가가 많이 하락한 유조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선가가 떨어지지 않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선복 부족이 심각해 상대적으로 선가가 적게 떨어진 컨테이너선은 대우조선해양만 각 6척씩 수주했을 뿐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조선가 추이를 나타내는 클락슨신조선가지수는 이달 둘째주 125로 지난 4월말의 128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선종별로는 초대형유조선(VLCC) 가격이 9100만달러에서 8500만달러로 6.59%,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은 6050만달러에서 5600만달러로 7.44%,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4850만달러에서 4600만달러로 5.15% 각각 하락했다.
이 기간 1만3000~1만4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가격은 2.77%, 2만2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은 1.03% 각각 하락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 1만7400㎥급 LNG운반선만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주하고 있는 선종들의 상당 부분을 가격이 많이 떨어진 유조선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9월 이후 수주한 26척의 선박 중 18척이 VLCC다. 나머지는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3척, 석유화학제품(PC)운반선 3척, LNG 운반선 2척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3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쇄빙 LNG 운반선 6척과 컨테이너선 6척을 건조하는 일감을 따냈다. 외신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1만5000TEU급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크기인 1만3000~1만4000TEU급의 신조선가는 지난 9월 1만800만달러에서 10월 1만550만달러로 하락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수주 실적을 채우지 못한 조선업체들이 막판 총력 수주전에 나서면서 선가를 할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선사들 입장에서도 조선사들이 가격을 낮출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선 컨테이너선의 경우 이미 예상보다 물동량이 많아 선복 부족이 심각하다. 실제 컨테이너 운임 추이를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주말 1857.3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경기가 회복된 뒤에는 원유·가스 운송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도 내년 선박 발주를 촉진할 수 있다. 올해는 유가가 낮아 황산화물이 많이 배출되는 벙커C유보다 가격이 높은 저유황유를 쓰며 버텼지만, 유가가 오르면 저유황유 가격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어서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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