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정전문가의 경고…"정부 재정준칙 고무줄 잣대 위험"
입력 2020-11-19 14:35  | 수정 2020-11-26 14:36

최근 정부가 나랏돈 잘지키며 쓰겠다고 재정준칙을 발표했지만 '맹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재정준칙을 법률로 못 박아 정부가 임의로 규정을 바꾸는 위험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재정준칙 한도·산식 등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고무줄 잣대'를 들이댈 위험을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 교수에 의뢰해 작성한 '재정준칙 해외사례 비교 및 국내 도입 방안'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재정 준칙으로 국가 채무 다이어트에 성공한 독일·스웨덴 모델을 비교 분석했다.
보고서는 "총 지출 증가와 재정적자를 엄격히 통제한 준칙으로 재정 건전화에 성공한 독일과 스웨덴을 참고해야 한다"고 총평했다.

우선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가 채무가 급증하자 2009년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내, 주 정부는 GDP의 0%로 제한하는 재정수지준칙을 헌법에 집어넣었다. 그 결과 독일 정부 부채비율은 2012년 GDP의 90.4%에서 지난해 69.3%로 떨어지는 효과를 봤다.
스웨덴은 과도한 복지비 등으로 재정이 악화하자 1990년대 중반 향후 3년간 총지출과 연금 지출에 상한을 뒀다. 정부 지출이 지출 상한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는 지출제한준칙과 재정 흑자가 GDP의 2% 이상이 되도록 하는 재정수지준칙을 도입했다. 이같은 조치가 약발을 받으며 스웨덴 부채비율은 1996년 GDP의 79.5%에서 2000년 58.7%까지 내려갔다.
보고서는 법률로 지출 규모가 정해지는 의무지출에는 지출이 늘어날 때 다른 지출 등을 깎아내는 페이고 준칙을 도입하면서, 총 지출과 채무 비율은 제한하는 한국형 재정 준칙을 마련해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재정준칙안은 오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는 -3% 이내로 관리하되 한도가 넘어가면 건전화 대책을 마련한다는게 골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5년 동안 제약없이 재정을 쓰다가 재정준칙을 시행하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채무비율 상승속도가 너무 빠른데 보다 강한 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보고서는 재정준칙 정부안은 재정 준칙 한도와 산식 등을 시행령에 위임해 정부가 준칙을 무력화하거나 우회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교수는 "의무지출에 페이고 적용만으로는 의무지출의 총액증가와 재정적자를 통제할 수 없다"면서 "의무지출과 재량지출을 합한 총 지출을 제한하는 준칙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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