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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이슈]상처만 남긴 `프듀` 조작 사태, 결국 모두가 피해자
입력 2020-11-19 07:0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엠넷(Mnet)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준영 PD, 김용범 CP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형량과 동일한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조작 피해 연습생의 실명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상처 치유에 나섰다.
18일 서울고등법원 제 1형사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안준영 PD, 김용범 CP의 사기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에게 원심과 동일한 징역 2년, 1년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금번 '프로듀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가를 재환기했다. 재판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결과는 참담하게도 모두가 패자가 됐다. 피고인들은 데뷔조 선정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무너뜨렸고, 순위 조작으로 억울하게 탈락한 연습생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게 됐다”라고 조작의 결과가 가져온 참담한 현실을 언급했다.
특히 재판부는 투표 조작으로 피해를 본 연습생들의 명단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시즌1 김수현 서혜림, 시즌2 성현우 강동호, 시즌3 이가은 한초원, 시즌4 앙자르디디모데 김국헌 이진우 구정모 이진혁 금동현이 투표 조작으로 탈락했다. 이 중 시즌3 이가은 한초원과 시즌4 구정모 이진혁 금동현은 최종 순위로는 데뷔권에 들었으나 최종 탈락하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피해 연습생을 공개하는 이유로 이 사건 범행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훼손, 프로그램 출연했던 연습생과 시청자를 속이고 농락했다. 일부 연습생들은 인지도를 높이거나 데뷔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순위조작으로 억울하게 탈락시킨 연습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CJ ENM 대표 이사도 이 사건과 관련해 시청자와 팬들에게 공개 사과를 했다. 순위 조작에 대한 연습생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보상할 것이며 향후 활동 지원 등에 대해 논의해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보상은 피고인들이 순위 조작으로 탈락시킨 연습생이 누군지 밝혀져야 배상이 가능하다. 피해 연습생에게는 물질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피고인들이 연습생들을 고의로 탈락시켰다는 것이 피해보상의 출발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투표 조작으로 인해 순위가 오른 연습생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부는 "순위가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들 역시 자신의 순위가 조작된 것을 모르고 있었고 순위 조작을 빌미로 연예기획사에 예속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연습생들도 피해자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순위가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들을 밝히면 피고인들(제작진) 대신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은 순위를 조작한 피고인들을 단죄하는 재판이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 젊음을 불태운 연습생들을 단죄하는 재판이 아니다"라며 "언론 관계자들은 이 같은 차선을 택한 재판부 입장을 이해해주고 다른 억울한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판결문대로, 실제 '프로듀스' 출신 연습생은 그동안 이같은 이력을 내세워 활동하며 프로그램의 수혜를 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작 프로그램 출연'이라는 오명을 얻는 피해를 보게 됐다. 조작에 따른 직접 피해자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데뷔조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한 이들의 경우 누가 조작의 직접적인 수혜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작돌'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가게 됐다.
모두가 수혜자가 될 수 있던 프로그램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모두가 피해자가 된 상황 속, 재판부의 말처럼 이번 사태는 모든 피해 연습생들이 각자의 삶에서 치유해가야 할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게 됐다.
트라우마를 넘어선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이들은 그룹 아이즈원이다. 아이즈원은 내년 4월 활동 종료를 앞두고 오는 12월 7일 새 앨범 컴백을 공식화 한 상태에서 조작 멤버의 실명이 공개되며 직격탄을 맞게 됐다. 데뷔조로 선발된 현 아이즈원 멤버들의 죄는 없지만 실제 최종순위 5, 6위로 데뷔가 가능했던 이가은과 한초원이 제작진의 조작으로 인해 데뷔조에서 제외된 것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이대로 아이즈원 활동을 강행하는 건 도덕적으로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Mnet 측은 ''프로듀스'항소심 결과에 대한 Mnet 입장문'을 내고 "오늘 '프로듀스'관련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Mnet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판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Mnet 측은 "특히 이번 재판 과정에서 '프로듀스'시리즈를 통해 피해를 입은 연습생분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저희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 연습생 및 그 가족분들께도 죄송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면서 "금번 재판을 통해 공개된 모든 피해 연습생분들에게는 끝까지 책임지고 피해 보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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