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기업 디폴트·알리바바 규제`…中기술주·채권 투자 위험↑
입력 2020-11-18 16:07  | 수정 2020-11-19 16:36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재확산세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나홀로 경제 회복'을 자랑한 중국에서 최근 각종 규제·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뉴욕 증시 '중국 전기차(EV) 3형제' 투자 열풍이 불고는 있지만 정작 중국 본토에서 핀테크 기업 규제와 대기업 디폴트 위험이 부각된 탓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투자사들이 속속 '차이나리스크' 를 언급하고 나섰다. 로듐 그룹의 로건 라이트 중국 투자 책임자는 최근 고객 메모에서 "중국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신뢰가 문제"라면서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지역 정부 재정 문제를 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계 투자은행인 CSC도 "최근 디폴트 사태를 보면 현금 여력이 있다고 보고된 경우에도 채권자들이 돈을 상환받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칭화대학 소유한 국유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가 16일 만기 13억 위안(약 2200억원) 규모 채권 원금을 갚지 못한 데다 앞서 10일 또 다른 국유 기업 융청석탄이 10억 위안 규모 단기채 만기 상환에 실패했고, 10월 말에는 랴오닝성 정부 소유 화천자동차그룹이 10억 위안 규모 빚을 갚지 못하는 등 디폴트 리스크가 불거진 데 따른 경고다. 17일에는 BMW 중국 합작사를 운영하는 브릴리언스오토그룹홀딩스가 65억 위안 규모 채권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듐 그룹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1~10월 디폴트를 선언한 중국 회사채 액면가 총액은 1200억 위안(약 20조2908억원)이다. 작년 한 해 전체(1590억 위안)와 올해 전망치(2000억 위안)보다는 낮다. 다만 CSC에 따르면 지난 주에만 총 170억 위안(약 2조8735억원) 규모의 회사채 23종 발행이 연기되는 식으로 분위기가 밝지 않다. WSJ는 칭화유니의 2023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가격이 최근 25센트 선을 오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는 원금 조차 온전히 되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밖에서는 중국 회사채 관련 펀드 수익률이 올라 투자 눈길을 끌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회사채 펀드 수익률은 지난 13일 3.81%에 달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네스 앳킨슨 위안화·회사채 뮤추얼펀드(GARBX)는 17일 12.34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2018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비대칭 정보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기업 신용 평가 강등이나 디폴트 선언은 실제 심각성과 시장 영향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주요 기업이 대부분 국유 기업이고 이들에 대한 대출·신용평가 업무를 하는 금융 기관도 정부 산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서학개미(뉴욕증시에서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 인기 투자처인 중국 대형 기술주가 중국 당국의 자의적 규제 리스크 탓에 출렁이는 분위기다. 17일 아크 인베스트는 '일일 매매 정보'를 통해 중국 알리바바 주식을 매도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아크는 운용 중인 넥스트제너레이션인터넷 상장 지수 펀드(ETF·ARKW)를 통해 알리바바 주식 5만3953주를 이날 내다 팔았다.
아크 측의 알리바바 매도는 중국 규제 당국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특별 지시에 따라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겨냥해 정보기술(IT) 대기업 반(反)독점·핀테크 산업 규제에 나선 상황에서 이뤄졌다. 아크는 대표 주가 지수를 소극적으로 추총하는 패시브 펀드와 달리 기술주를 공격적으로 매매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액티브 ETF 운용사다.
'중국판 아마존'으로 인기 끌던 알리바바 주가는 이달 들어 뉴욕증시에서 17.39%떨어진 상태다. 지난 3일 자회사 앤트 그룹의 세계 최대 증시 상장 계획이 중국 지도부 방침에 따라 돌연 중단되고 이어 규제 가이드라인이 줄줄이 발표된 여파다. 17일에는 전날보다 0.58%떨어진 256.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제2 알리바바'를 꿈꾸던 핀둬둬가 하루 만에 6.80%급락했고 크레인셰어즈 CSI차이나인터넷 ETF(KWEB)는 2.56%떨어졌다. KWEB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메이퇀 등 IT공룡 기업 주식으로 구성된다. 지난 주말 샤오위엔치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위험관리실장이 차이신 포럼에서 "핀테크(금융+IT) 과점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대중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된다"면서 "큰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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