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한솔 본 자유조선 리더 "그렇게 돈 많은 청년 만나본적 없다"
입력 2020-11-18 11:34  | 수정 2020-11-25 11:3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뒤 아들 김한솔 등 남은 가족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은 16일(현지시간) 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한 '북한 정권을 뒤집으려는 지하운동'이라는 기고문에서 김한솔의 도피 과정을 소개했다.
김한솔의 탈출을 주도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은 그가 네덜란드에서 난민 지위를 얻길 원했으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데리고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김정남은 앞서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경작용제 공격에 살해됐고 김한솔은 약 3주 뒤인 3월 8일 유튜브로 무사히 피신했다고 밝혔다.
김작가의 기고문에 따르면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이 피살된 직후 자유조선 리더인 에이드리언 홍 창에게 전화했다.

김한솔은 홍 창에게 자신의 집을 경비하던 마카오 경찰병력이 사라졌다고 알리며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마카오를 빠져나가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둘은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만났고 김한솔은 홍 창이 북한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만남에 대해 홍 창은 김한솔이 명품 브랜드인 구찌 신발을 신고 있었다며 "그렇게 돈이 많은 청년을 만나본 적이 없다. 김정남이 생전에 많은 돈을 챙겨놨다"라고 말했다.
홍 창은 자유조선 멤버이자 전직 미 해병대원 크리스토퍼 안에게 대만 타이베이공항에서 김한솔 가족을 만나 그들을 쫓는 이가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한다. 필리핀 마닐라에 있던 크리스토퍼 안은 곧바로 이동해 타이베이공항에서 김한솔 가족을 만났다.
김한솔 여동생은 영어가 유창해 '평범한 미국 10대' 같았다고 크리스토퍼 안은 기억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개별 방이 있는 공항 라운지에 김한솔 가족을 들여보냈다.
이후 홍 창으로부터 김한솔 가족을 받아들일 국가로 3개국과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왔고 또 시간이 지난 뒤엔 "한 국가가 김한솔 가족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표를 끊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곽 스히폴 국제공항으로 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김한솔 가족이 비행기에 탑승하고자 게이트에서 표를 검사받는 순간 항공사 직원이 돌연 "너무 늦게 와 탈 수 없다"고 외쳤다.
크리스토퍼 안이 아직 탑승 중인 승객이 있다며 항의했으나 먹히지 않았고 김한솔 가족은 라운지로 돌아왔다.
몇 시간 뒤 라운지에 나타난 것은 CIA 요원 2명이라고 한다. 한 명은 '웨스'라는 이름의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백인이었다고 크리스토퍼 안은 밝혔다. 이들은 김한솔과 대화를 요청했다.
CIA 요원들은 다음 날 다시 나타나 암스테르담행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것을 도왔다고 한다. 웨스라는 요원은 김한솔 가족과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스테르담 스히폴 국제공항에 도착한 김한솔 가족은 정식 통로가 아닌 공항 내 호텔로 연결된 옆문으로 빠져나왔다.
홍 창은 김한솔에게 난민지위 신청을 원하는지 물었고 그러고 싶다는 의사를 확인한 뒤 자유조선 멤버와 변호사를 호텔 로비에 보냈다. 그러나 김한솔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수키 김은 "여러 관계자가 CIA가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모처로 데려갔다고 말해줬다"면서 "(김한솔 가족을 데려간 곳이) 네덜란드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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