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작품 126점 기증하고 떠난 `추상조각 개척자` 최만린 별세
입력 2020-11-17 15:03 
조각가 최만린

생명의 근원을 탐구한 '한국 추상조각 개척자' 최만린 서울대 명예교수가 17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조소과,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수학한 후 서울대 미대 교수와 학장으로 재직했다. 미대를 졸업하고 생계가 어렵던 시절 서울중앙방송(현 KBS) 아나운서로 3년간 일한 그는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다. 1997년부터 2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한 고인은 1998년 미술계의 숙원인 덕수궁 분관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1년에는 서울대 명예교수직을 수여받았다.
그는 1958년 한국전쟁의 상흔을 담은 '이브' 연작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1960년대부터 '천', '지', '현', '일월' 시리즈 등 서예 필법과 동양 철학을 토대로 작업을 선보였다. 1970년대부터는 생명의 보편적 의미와 근원의 형태를 탐구하는 '태', '맥', '0'시리즈 등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고인은 1990년대 이후 천착한 둥근 원형 형태 '0' 시리즈에 대해 "하늘이 어떻고 땅이 어떻다는 총체적인 입장에서 동그라미를 쳤다. 영어로 하면 '제로'가 되겠고 한자로는 '공(空)'이 되겠다. 그래서 동그라미를 치고 제목을 정했더니 그렇게 마음이 가벼워질 수가 없다. 짊어지고 가는 것도 있지만 짐을 내려놓고 버리고 가는 것도 좋은 일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 말처럼 작품 126점을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에 기증한 후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 작업실 겸 자택을 매입해 미술관으로 조성하고 현재 개관 기념 전시(내년 1월 23일까지)를 열고 있다
고인은 지금까지 삼성미술관 리움(2001), 국립현대미술관(2014) 대규모 회고전을 비롯해 파리비엔날레(1967), 상파울로비엔날레(1960) 등 주요 단체전에 초대됐으며,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대상, 2012년 대한민국예술원상, 2014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아내이자 성우·배우 김소원 씨, 아들 최아사 계원예술대 건축학과 교수, 딸 최아란 연극배우 등이 있다. 고인은 탤런트 최불암 씨와 동서지간이다. 빈소는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이며,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 파주 동화 경모공원.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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