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년부터 영재고 중복지원 금지·지역인재 우선선발 확대한다
입력 2020-11-16 14:57  | 수정 2020-11-23 15:36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보는 2022학년도 고입부터 영재학교(영재고) 간 중복 지원이 금지된다. 또 현재 3개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인재 우선선발' 제도가 전국 모든 영재학교로 확대된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을 16일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작년 11월에 나온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교육부는 "영재학교·과학고에 대한 과도한 입학경쟁과 지식 위주의 평가로 인한 사교육 유발,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의 협의 과정에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차원으로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현 중1 대상 2023학년도 고입부터 적용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교육부는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내년 입시부터 바로 적용(입학전형 세부 방안별 적용 시기는 다름)하기로 했다.
◆영재학교 '묻지마 지원' 불가
우선 당장 내년 입시부터 전국 8개 영재학교(서울·경기·광주·대구·대전·세종·인천·한국과학영재학교)간의 중복지원이 불가하다. 현재 영재학교는 '전국 단위'로 수험생 선택에 따라 모든 학교에 동시 지원할 수 있다. 단, 8개 영재학교의 2단계 지필평가 일정이 모두 같다 보니 보통 1단계 서류 접수 시 2~3개 내외 학교를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학생에 따라선 1단계 서류전형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 더 많은 학교를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2가 보는 내년 고입부터는 처음부터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영재학교 중복지원으로 1단계 지원자가 많이 늘어나는 현상이 빚어졌고, 그 과정에서 1단계 (서류)평가가 실효성이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중복지원이 금지됨에 따라 학교가 1단계 심사를 좀 더 심도있게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재학교 1단계 전형에선 중복지원 만큼이나 중복 합격되는 학생들이 많았다. 2021학년도 입학전형 기준 영재학교 1단계 전형 합격자(9304명)의 40% 이상이 중복합격했다.
전형기간도 3∼8월에서 6∼8월로 단축된다. 현행 영재학교 전형기간은 3월 입학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8월까지 3단계 평가가 이뤄진다. 내년부터는 원서접수가 6월부터 진행되며, 3단계 합격자는 9월 초에 발표된다. 최종합격자는 12월 초에 나온다.
교육부는 "지금도 일부 학교에서 3학년 2학기 성적을 보고 12월 초에 최종합격자를 내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들이 있어 일괄 적용으로 개선하게 됐다"면서 "이는 영재학교 3단계 합격자 발표 후, 해당 학생이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내실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에서 과학고도 전형기간이 현행 8∼11월에서 9∼11월로 단축·변경된다. 과학고 최종합격자도 12월 초에 나온다.
다만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입학전형 시기를 일원화하는 방안은 중장기 과제로 남겨졌다. 교육부는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중복 지원을 없애는 문제는 여러가지 파급효과에 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내년에 관련 정책 연구를 진행해 영재학교와 과학고 중 1곳만 지원하는게 맞는지 검토하는 등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교육 일선 현장에선 영재학교에 떨어진 학생이 과학고에 지원하면서 학교 간 서열화와 사교육 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향후 교육부의 추가 대책이 나올 때까지는 당분간 현행대로 영재학교와 과학고 간의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
◆2단계 지필 '열린문항' 강화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 사안이었던 2단계 지필평가 폐지 여부는 '열린문항'을 확대하는 등 개선하는 방향으로 확정됐다. 내년부터 영재학교 2단계 지필평가 내 선다·단답형 문항 비율(문항수 포함)이 축소된다. 그만큼 창의·성문제해결력 평가를 위해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항 비중이 확대되며, 서술형 문항 비율 및 문항 수 조정을 통해 문제 풀이 과정 평가 역시 강화된다.
현재 영재학교 2단계 평가 문항에서 수학은 80.9%, 과학은 62.3%가 선다·단답형 문항인데, 2022학년도부터는 이를 평가 점수 기준 30%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문항 수도 수학(22.4문항→10문항 이내), 과학(44문항→25문항 이내)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교육부는 "영재학교 2단계 지필평가는 영재성 판별 필요성, 외국 사례 등을 고려해 유지하되, 그 영향력을 축소한다"고 강조했다.
영재학교 3단계 평가도 지원 학생의 영재성 및 인성, 협업능력 및 지도력(리더십) 등을 고르게 평가할 수 있는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한다. 교육부는 "2단계 지필 영향력이 절대적인 영재학교 입시 체계에서 벗어나 과도한 2단계 영향력을 줄이는 대신 3단계에서 종합적인 평가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1단계 서류평가와 3단계 다면평가(면접, 캠프 등)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단 교육부는 각 단계별 가중치는 없다고 단언했다.
과학고 2단계 면접평가도 수학, 과학 교과 역량 중심 평가에서 창의성 및 종합적 사고력, 협업적 태도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면접 문항이 개선된다.
◆지역인재·사회통합전형 확대
특히 교육부는 각 지역 영재를 육성하겠다는 본래 취지에 맞춰 영재학교 지역인재 우선선발을 확대하겠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모든 영재학교에 일괄 적용되며, 방식은 학교마다 차이가 날 수 있다.
현재 지역인재우선선발 제도를 적용 중인 영재학교는 서울과학고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광주과학고 등 3곳이다. 이 중 서울과학고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2단계 전형 통과자 중 학교 소재지, 영재학교 미소재 지역 등 학교가 정한 지역의 우수학생을 우선 선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광주과학고는 아예 처음부터 '전국단위 선발'과 '지역인재 선발'로 별도 정원으로 구분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학교별 지역인재전형 운영 규모, 전형방법 등을 학교와 시·도 교육청이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파악한 바로는 많은 학교가 서울과학고와 인천과학예술고와 같은 방식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지역인재 우선선발제도가 수도권 학생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학년도 기준 전국 영재학교 신입생의 78%가 수도권 출신이기 때문이다.
다만 역차별 논란 가능성은 별도 정원을 두는 '쿼터제'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계 한 인사는 "만약 광주과학고와 같이 정원 쿼터제를 적용한다면 수도권 학생들이 뽑힐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비수도권 학생들에게 많이 넘어가는 형태여서 수도권 학생·학부모의 상당한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그러나 서울이나 인천이 취하는 방식은 반대로 제도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비수도권 선발 비율이 낮다보니 결국 비수도권 학생·학부모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최근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과학예술고는 지역인재 우선선발 제도를 활용해 2단계 전형 통과자에 한해 타 시도별 각 1명 이내 인원을 우선 선발하고 있지만, 실상은 수도권 출신 신입생 비율이 95%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광주 과학고는 모집정원 90명 중 45명(2021학년도 기준)을 광주 지역 학생으로 선발하는 '쿼터제 지역인재 우선 선발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수도권 학생의 비율이 8개교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교육부는 사회통합전형 대상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자 초·중학교 단계부터 대상 학생을 발굴하고, 학교별로 초·중학교 사회통합전형 대상 학생 및 일반 학생들을 위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내년부터 모든 영재학교, 과학고가 입학전형 평가 문항을 학교 누리집에 공개한다. 더 나아서는 법령 개정을 통해 영재학교 입학전형 영향평가제가 도입된다. 영재학교 입학전형의 사교육·선행학습 유발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이후 평가 결과에 따라 컨설팅이나 행·재정적 처분을 적용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바로 시행은 못하고 법령 개정 이후가 될텐데, 기존 고교 단위처럼 매년 할 지 주기를 두고 할 지도 검토해봐야 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재학교도 특목고 등 여타 학교처럼 일정 주기마다 학교운영 성과평가(재지정평가)를 받게 된다.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정책 연구를 통해 2022년 발표하는 '제5차 영재교육종합계획(2023~2027년)'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여서 운영 성과 평가 자체가 없다. 과학고는 이미 5년 주기로 운영 성과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개선방안은 영재학교·과학고가 학교 설립취지에 따라 내실 있게 운영되고, 영재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조치"라며 "입학전형 개선방안이 본래 취지에 따라 학교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운영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운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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