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옥을 사랑한 외국인의 법정 승리
입력 2009-06-04 20:58  | 수정 2009-06-05 09:06
【 앵커멘트 】
법원이 재개발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서울의 한 한옥촌의 재개발 구역 지정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송을 이끈 사람은 35년째 이 마을의 한옥에서 살고 있는 한 외국인이었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이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게 했을까요?
김경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미국인인 피터 바돌로뮤 씨가 서울 동소문동 한옥촌에 있는 한옥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은 지난 1974년.

낡은 곳은 정성스레 손질하고 마당에는 아름드리나무를 심고, 피터 씨에게 한옥은 고급 호텔보다도 더 편한 보금자리였습니다.

▶ 인터뷰 : 피터 바톨로뮤
- "한옥은 분위기가 좋습니다. 자연 자재가 다 있잖아요. 나무, 터울, 흙, 종이, 기와 등이 다 있고 두 번째로 어디를 봐도 미술이고 예술입니다."

그러던 피터 씨에게 지난 2004년 자신의 집을 포함해 인근 지역이 재개발 예정 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피터 씨는 마음이 맞는 주민들과 함께 싸우기 시작했고, 결국 서울행정법원도 피터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노후도를 산정하면서 이미 철거돼 존재하지 않는 건물들을 포함시켰다며 재개발 지정 처분을 취소한 것입니다.

5년에 걸친 싸움 끝에 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낸 피터 씨는 마을에서 점점 사라져만 가는 한옥들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물론 1심 판결인 만큼 아직 법정 분쟁이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한옥을 함께 지키자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마음만은 언제나 든든합니다.

▶ 인터뷰 : 피터 바톨로뮤
- "문화유산으로 너무나 의미가 깊은 것이 한옥입니다. 한옥을 다 없애는 것은 한국의 주요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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