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맛 좋은 횡성한우, 까다로운 관리가 비결이죠"
입력 2020-11-15 14:27 

강원 횡성군 우천면 치악산 북동쪽 자락에 위치한 '황고개농장'. 산비탈을 타고 내려가면 보이는 약 2000㎡의 축사에서는 약 150마리의 한우가 무리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찾은 축사는 고도가 약 500m로 높은 탓에 서울에 비해 더 춥게 느껴졌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축사로 들어선 순간 온기가 느껴졌다. 사방이 개방돼있었지만 직바람을 막아주는 막이 설치된 덕분에 기온이 내려가도 축사 안은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내부를 살펴보니 축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 소들이 밟고있는 바닥에는 질퍽한 진흙과 분뇨 대신 마른 톱밥이 깔려 뽀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축산 스마트팜' 통합제어시스템을 통해 온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 소 건강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소들도 정보통신기술(ICT)로 철저히 관리되고 있었다. 소들은 사람들이 축사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는 경계하는 것 없이 곁으로 다가왔다.
황고개농장 농장주인 전민석 씨(62)는 "축사를 내 집처럼 관리하면서 소들을 내 자식처럼 쓰다듬어 주니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다"며 "소들이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에서 자라야 맛과 향, 육질이 좋은 한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축사의 특징은 '깨끗한 농장'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깨끗한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부터 추진한 제도로, 깨끗한 사육환경을 조성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축산이 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황고개농장은 지난 2018년 인증을 획득한 이후 꾸준히 이를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곳은 약 3000곳으로 전체 한우 농가의 3% 수준이다. 깨끗한 축산농장이 되기 위해서는 농장주의 인식이 바뀌고 노력이 필요하다. 가축의 사양관리, 환경오염 방지, 주변경관과의 조화 등 축사 내외부 관리 상태를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통해 지정 기준에 부합해야하기 때문이다. 지정 후에도 연 2회에 걸쳐 지자체 점검을 받아야 한다. 앞서 2015년에는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으면서 조기에 식품 청결관리에 대해 신경써왔다.
황고개농장은 깨끗한 축산농장에 이어 국내 1호 한우농가 동물복지 인증 획득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을 만들면 더 품질이 좋은 한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사육환경보다 1마리당 생활 면적이 2배 가까이 늘어나 농장주 입장에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전씨는 "소가 사람에게 베풀어준 것을 생각해보면 이제는 소도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건강하게 자란 소가 맛도 좋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한우 업계에서도 동물복지 인증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축사에서 키운 한우는 현재 롯데백화점에서 독점 판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횡성지역의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 농가 3곳과 계약해 지정농장 체제로 횡성한우를 공급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처음으로 물량을 공급받아 본점, 잠실점, 노원점, 강남점 등 서울 시내 4개 점포에서 '횡성한우'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계약 농가수를 현재의 2배인 6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3개 농가에서 950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데, 2배로 늘어날 경우 수도권 전 점포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까지 물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상우 롯데백화점 식품팀 치프바이어는 "주로 명절 수요가 높았던 고급 한우 상품이 올해 들어 상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지정농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한우 물량을 공급받으면서 맛 좋은 횡성한우를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횡성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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