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간]장편소설 `클락헨`…돌연변이 닭이 알려주는 `아름다운 멸종`
입력 2020-11-14 14:37 
[사진 제공=델피노]

팬데믹(전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시대다. 코로나19처럼 위협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지구상 가장 위협적인 생태계 교란종은 다름 아닌 인류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자연 선택'을 받아 진화하지만, 가축인 닭은 '인간 선택'을 받는다. 닭은 4000년간 철저하게 인간의 욕심에 맞춰진 선택적 진화를 거듭했다.
품종 개량은 더 많은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어 하는 닭의 욕망과 더 많은 달걀과 닭고기를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이 맞아떨어지는 교차점에서 이뤄졌다.
만약 산란일자가 새겨진 달걀을 낳는 닭, 하루에 2개 이상의 알을 낳는 돌연변이 닭이 나타난다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소설 '클락헨'(도서출판 델피노)에서 인간은 '자연 선택'이 아닌 '인간 선택'을 이용해 기존의 닭을 멸종시키고, 클락헨을 끊임없이 품종 개량한다.

너무 싸고 흔해서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고 있는 닭과 달걀. 저자는 무리한 품종 개량으로 기형적 진화를 거듭해온 닭(클락헨)을 통해 욕망과 진화, 인류와 신을 새로운 각도로 재조명했다.
이 책에는 소설, 희곡, 시, 수필이 공존한다. 칙릿, 로맨스, 동화, 음란물, 추리 등도 포함됐다. 문학 장르의 혼합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과 그림(전시회)의 구조를 텍스트화하는 시도도 접목했다.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저자 임야비는 소설의 주인공을 통해 한 편의 총체 예술을 구현한다. 독자들이 음악과 그림을 모르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치밀한 설계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서술 구조는 독특하다. 책은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이중 서술 구조다. 픽션의 자유로움도 한껏 활용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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