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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무너지기 시작한 `금녀의 벽`,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0-11-14 14:06 
킴 앙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여성 단장으로 기록됐다. 사진= 마이애미 말린스 공식 트위터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 여성 기자의 출입이 허락된 것이 1978년이다. 그것도 멜리사 루드키라는 이름의 여성 기자가 소송에서 승리한 결과였다. 그리고 강산이 네 번 바뀐 지금,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는 여성 책임자가 등장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14일(한국시간) 킴 앙 메이저리그 사무국 야구 운영 부문 수석 부사장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미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 여성이 단장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단장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준비해왔다. 199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인턴으로 시작해 뉴욕 양키스(1998-2001) LA다저스(2002-2011)에서 부단장을 역임했다. 이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일해왔다. 하루아침에 이룬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가 오랜 시간동안 노력했듯, 지금 야구계에는 '금녀의 벽'을 깨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MLB.com'은 14일(한국시간) 기사를 통해 이들의 노력을 소개했다.

구단 직원
킴 앙이 있기전, 라쿠엘 페레이라가 있었다. 페레이라는 지난 2019년 9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이브 돔브로우스키 사장이 물러난 이후 선수단 운영을 맡은 네 명의 그룹 중 한 명이었다. 페레이라는 당시 메이저리그 및 마이너리그 운영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야구계에서 선수단 운영 부문 프런트 중 가장 직위가 높은 여성으로 기록됐다. 22년째 레드삭스에 몸담고 있는 그는 2019년 11월 수석 부사장 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호 여성 단장'이 유력한 인물이다.
진 애프터눈은 킴이 뉴욕 양키스에서 LA다저스로 이직한 이후 양키스 부단장을 맡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세 번째로 부단장이 된 여성 프런트였다. 양키스로 가기전에는 에이전트로 활약했다. 이라부 히데키, 노모 히데오 등의 에이전트로 활약했다. 그는 현재도 양키스 구단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지난 2019년 그를 '올해의 개척자'로 선정했다.
1990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부단장으로 승진한 엘래인 웨딩턴 스튜어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단장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도 흑인 여성 중 메이저리그 프런트로서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른 인물로 남아 있다. 그는 현재까지 레드삭스 구단에서 부사장 겸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에디스 휴턴은 1946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스카웃으로 고용되며 메이저리그 최초의 여성 전임 스카웃으로 이름을 남겼다. 70년 뒤에는 아만다 홉킨스가 시애틀 매리너스 프로 스카웃으로 고용되며 그 뒤를 이었다.

에파 맨리는 1935년 남편 에이브와 함께 니그로리그 구단 뉴워크 이글스를 인수했고, 1948년 매각할 때까지 공동 구단주로 일했다. 2006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구단 직원은 아니지만, 제시카 멘도사의 이름도 언급할 만하다. 소프트볼 대표 출신인 그는 2007년부터 ESPN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선데이나잇베이스볼 중계에 투입되기 시작해 2016년 고정 해설진으로 이름을 올렸다. 2020년에는 월드시리즈 라디오 중계를 맡으며 월드시리즈에서 중계를 맡은 최초의 여성 해설자로 이름을 남겼다.
알리샤 내켄은 최초의 여성 빅리그 전임 코치가 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코치
'금녀의 벽'은 코칭스태프 분야에서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알리샤 내켄은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코치진에 합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빅리그 전임 코치가 됐다. 시범경기 기간에는 1루코치를 소화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필드 위에서 임무를 수행한 여성 코치가 됐다.
레이첼 발코베치는 2019년 11월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순환 타격코치로 부임했다. 전직 소프트볼 선수였던 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마이너리그 스트렝스 및 컨디셔닝 코치로 일했다. 비슷한 시기 레이첼 폴든은 시카고 컵스 루키레벨 애리조나리그팀 코치로 부임했다. 비슷한 시기 안드레아 헤이든은 미네소타 트윈스 코치진에 합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스트렝스 및 컨디셔닝 코치로 부임했다.
그에 앞서 저스틴 시걸이 있었다. 2015년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초청 인스트럭터로 합류하며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그는 앞서 2011년에는 스프링캠프 기간 타격 연습에서 배팅볼 투수로 뛰며 첫 역사를 썼고, 2009년에는 독립리그 구단인 브록턴 락스에서 1루코치를 맡으며 미국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코치를 맡은 여성이 됐다.
모네 데이비스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센세이션을 이끌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선수
아직 허물어지지 않은 마지막 영역은 선수다. '최초의 여성 메이저리거'가 등장하는 시대가 올까? 여성의 야구 도전은 제법 긴 역사를 갖고 있다.
모네 데이비스는 지난 2014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남자 선수들을 잡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완봉승을 거둔 여성 선수가 됐다. 리틀리그 선수로는 최초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외에도 많은 여성 선수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요시다 에리는 너클볼 투수로서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었고 이후 열여덟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와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일라 보더스는 1994년 서던 캘리포니아 칼리지에 입학하면서 최초의 남자 대학야구 경기에 출전한 여성 선수가 됐다. 이후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독립리그에서 52차례 등판하며 역사를 남겼다. 세인트 폴 세인츠 소속이던 1998년 7월 9일 첫 선발 등판했고, 승리투수가 됐다. 여성 선수가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서 기록한 승리였다.
리그로리그에서도 여성들의 도전이 있었다. 1953년에는 토니 스톤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니그로 아메리칸리그 소속 인디애나폴리스 클라운스에 입단하며 남자 프로리그에서 처음으로 주전으로 뛴 여성 선수가 됐다. 메이미 존슨은 니그로리그 인디애나폴리스에서 1953년부터 1955년까지 세 시즌동안 뛰며 니그로리그 최초의 여성 투수로 기록됐다.
1931년 봄에는 재키 미첼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마이너리그팀 채터누가 룩아웃스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뉴욕 양키스와 시범경기에 투입됐는데 좌완 사이드암이었던 그는 베이브 루스, 루 게릭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으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리지 머피와 리지 알링턴은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선수로 기록돼 있다. 머피는 "야구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17세의 나이에 프로비던스 인디펜던츠와 계약하며 야구선수로 활약했다. 1922년에는 펜웨이파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한 기록도 남아 있다. 알링턴은 1898년 이스턴리그의 레딩 콜 헤버스 소속으로 알렌타운 피넛츠를 상대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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