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부 비판하면 규제`…中, 알리바바 `IT반독점 조사`소식에 홍콩증시 기술주 패닉
입력 2020-11-11 19:05  | 수정 2020-11-12 19:36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날'인 알리바바 광군제날, 홍콩증시에서 중국 기술주 패닉셀이 쏟아지면서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 주가가 10%가까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알리바바를 겨냥해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11일 오전(현지시간) 나오면서 이달 초 앤트 그룹 기업공모(IPO) 무산 사태에 이어 또 다시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진 데 따른 시장 반응이다.
이날 홍콩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전날보다 9.59% 떨어진 249.00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 그룹 IPO가 중국 당국에 의해 무기한 중단된 이후 11일까지 7거래일 만에 주가가 17.14% 하락한 셈이다. 같은 날인 11일 메이투안 디엔핑(-9.67%)과 텐센트(-6.72%) 주가도 급락했다.
앞서 량 타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 부위원장이 "중국은 특히 핀테크 부문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이날 오전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대량 매도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자회사 앤트를 통해 알리페이를, 텐센트는 위챗페이를 중심으로 핀테크 사업을 키워왔다.
같은 날 항셍테크지수 상장지수펀드(ETF)도 6.31% 떨어졌다. 항셍테크ETF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외에 또다른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징둥닷컴과 메이투안, '중국의 애플'을 꿈꾸는 샤오미 등 중국 대표 기술주를 담고 있다.

투매 물량이 나오는 가운데 11일 JP모건의 알렉스 야오 연구원은 고객 메모를 통해 "중국 당국의 새로운 규제 방침은 현실에서 어떤 방식의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질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당장 온라인 산업 고삐를 바짝 조이겠다는 시그널"이라면서 투자주의 메시지를 냈다. 한편 홍콩 소재 CMB국제증권의 데니얼 소 전략가는 "반독점 조사를 비롯한 베이징의 규제 강화는 기술 대기업에게는 엄청난 타격"이라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식이 나오면서 글로벌 증시 차원에서 기술주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에 주가 하락이 불가피 하다"고 전망했다.
IT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움직임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 차원의 공통된 정책 기류다. 유럽에서는 10일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 대해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를 제기하면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가 대통령 당선을 선언하면서 내년 이후 민주당 발 반독점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
다만 중국의 반독점 규제 움직임은 공산당 지도부 특유의 정책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에 따른 '차이나리스크'와 뗄 수 없다. 상하이 소재 조인트윈 법률회사의 존 둥 파트너변호사는 11일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CBIRC 지침을 보고 말 그대로 숨이 탁 막혔다"면서 "오늘이 광군제인데 당국이 이같은 움직임을 공식화한 것은 기술기업들이 경기를 일으킬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규제 당국은 글로벌 증시 사상 최대 규모 IPO상장을 준비한 앤트 그룹에 대해 상장 불과 이틀 전인 지난 3일 저녁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킨다고 통보한 바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 행태를 공개 석상에서 비판했다가 앞서 2일 당국에 소환돼 질책 받은 후 하루만에 증시 상장 중단 조치가 나온 것이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은 뉴욕증시에도 상장해 있다. 알리바바는 나스닥증권거래소(NYSE), 징둥닷컴은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다. 두 종목은 '서학개미'(뉴욕증시에서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매수 인기 종목으로 꼽혀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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