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장외몸값 30조 카뱅, 내년 코스피 상장 시동
입력 2020-11-11 17:49  | 수정 2020-11-11 20:43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한다.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는 한때 장외시장에서 40조원 수준까지 치솟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듬해 코스피에 입성하기 위해 다수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초대를 받았다.
외국계 중에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 JP모건, UBS 등이 합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지분 4.9%)와 관계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지분 28.6%)이 카카오뱅크의 주주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4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뒤 적격후보군을 추릴 계획이다. 늦어도 다음달 초엔 주간사단을 확정 짓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이사회를 열고 상장 추진을 의결한 지 약 한 달 만의 행보다. 9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은 18조7300억원, 총자산 규모는 25조원이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이번 행보에 뜻밖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불과 2주 전 7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에서 2500억원, 기존 주주들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카카오 내 다른 계열사가 상장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KB증권과 삼성증권,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네 곳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한 바 있다. 이듬해 증시 입성을 위해 킥오프 미팅까지 개최한 상태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에 비해 빠르게 상장할 수 있는 것이다. 통상 대기업 그룹사들은 상장 일정을 겹치지 않게 진행하는 편이다. 시장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지 순으로 계열사의 상장 순서를 정해둔 것으로 안다"며 "카카오뱅크는 주간사단을 일찌감치 꾸린 뒤 꼼꼼히 준비하자는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카카오뱅크는 장외시장에서 40조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기도 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주당 8만9500원에 거래됐다. 발행 주식 수(약 3억6500만주)를 고려하면 시가총액을 32조원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양대 금융그룹인 KB(19조원)와 신한(17조원) 시총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IB 업계뿐 아니라 카카오 내부에서도 이 정도의 몸값은 비현실적이란 입장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은 거래량과 시장참여자 모두 극소수이기 때문에 적정 가치를 판단할 때 참고하면 안 된다"며 "현재까지 재무제표와 회사의 향후 성장 잠재력, 벤치마크 모델 등을 감안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적정 몸값을 15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가치에 향후 성장 잠재력을 반영해 추산한 것이다. 최근 텍사스퍼시픽그룹은 2500억원을 투자하며 카카오뱅크 몸값을 약 8조5000억원(증자 완료 전 기준)으로 평가했다. 주당 발행 가격은 2만3500원으로 주당 순자산 대비 5배 정도였다. 현재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배 수준이다. IB 업계는 카카오뱅크가 정보기술(IT), 데이터 비즈니스 업체로도 나아갈 수 있다 보고 회사의 향후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다.
[강우석 기자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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