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즉시연금` 삼성·한화생명 연말까지 줄소송
입력 2020-11-11 17:27  | 수정 2020-11-11 19:34
1조원대에 육박하는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금을 놓고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0일 미래에셋생명을 상대로 소비자가 진행한 소송에서 보험사가 패소하면서 향후 소송에서도 보험사들의 패소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소송 결과도 이르면 다음달 나올 것으로 예상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약관 내용이 회사별로 다르고 판매 과정에서 보험설계사 대응 등에 따라 보험계약자들이 서로 다른 소송 결과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가 16만명에 이르고, 가입 금액이 총 1조원에 달해 판결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즉시연금은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면 그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다. 즉시연금은 2017년 6월 삼성생명 보험가입자인 A씨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전 보험업계로 확대됐다. 당시 논란이 된 것이 즉시연금 상품 구조다. 즉시연금은 보험료가 1억원일 때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명목으로 600만원가량을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을 운용해 매달 연금을 지급한다. 공시이율이 높았던 가입 초기에는 적은 금액만 적립해도 만기 시 원금 지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율이 하락하면서 더 많은 금액을 적립해야만 만기 때 원금 지급이 가능하게 되자 고객 민원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가입자들의 보험약관에 이런 내용이 명확하게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관련 내용이 약관이 아닌 보험상품 기초서류 가운데 하나인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만 들어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금감원 분조위는 보험사가 연금을 과소 지급했다고 판단하고, '연금계약 적립액에 공시이율을 곱해 산출한 수익'을 최소 보장 연금으로 A씨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을 모두 고객에게 돌려주는데, 금감원 권고를 따르면 보험사로서는 고객에게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8년 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등 주요 보험사들은 금감원 권고를 거부했고, 여기에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보험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지연되던 1심 재판은 지난 9월 NH농협생명 승소로, 10일에는 미래에셋생명 패소로 결론이 났다. NH농협생명은 약관에 '보험금 차감' 내용이 명시적으로 들어 있었던 반면, 미래에셋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만기 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이라는 약관 내용이 만기 환급금 지급 제원을 공제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심이 몰리는 것은 계약자 5만5000명에게 4200억원 규모의 보험금 미지급액이 남은 삼성생명이다. 지난 4월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생명과 금소연의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지급 보험금 851억원이 있는 한화생명도 다음달 1심 선고가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미래에셋생명에서 보험계약자가 승소했지만 이러한 결과가 다른 보험 계약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