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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투어 없이 떠나는 정근우 “누가 될 수 없었다” [MK현장]
입력 2020-11-11 15:11 
정근우의 은퇴 기자회견이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역대 KBO리그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는 정근우(38)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더 화려하게 떠날 수 있었으나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고 했다.
정근우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 소회를 밝혔다.
그는 16년 동안 프로야구선수로 뛰었던 정근우가 마지막으로 인터뷰하는 자리다. 프로 지명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음이 무겁고 아쉽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은 걸 받았다. 은퇴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 분들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은퇴를 결심한 건 4개월 전이었다. 정근우는 부상으로 엔트리에 말소되고 은퇴를 고민했다. 다들 과거의 2루수 정근우를 기대했다. 나 또한 그랬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의 정근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이 물러나야 할 때라고 결심했다”라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5년 드래프트 신인 2차 1라운드 7순위로 SK에 지명된 정근우는 ‘국가대표 2루수로 오랜 사랑을 받았다. 2009 WBC 준우승, 2008 베이징 올림픽 및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WBSC 프리미어12 우승에 기여했다.
KBO리그에서도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SK(2005~2013년), 한화(2014~2019년), LG(2020년)에서 뛰며 1747경기 타율 0.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1072득점 371도루를 기록했다.
2007년, 2008년, 2010년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으며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을 세 차례(2006·2009·2013년) 수상했다.

정근우는 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26년 만에 우승을 꿈꿨던 LG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였다.
지난 5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정근우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됐다. 당시 LG의 탈락이 확정된 후 그는 고려대 3년 선배 박용택과 포옹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박용택도 올해 시즌 종료 후 배트를 내려놓았다.
다만 박용택과는 대조적인 정근우의 마지막 길이었다. 큰 발자취를 남겼으나 그는 따로 은퇴 투어를 진행하지 않았다. 정근우를 사랑하고 아꼈던 팬이 야구장에서 그의 은퇴를 축하해주지도 못했다.
정근우는 웃으며 물론 아쉽다. 시즌 중반 은퇴를 알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박)용택이 형이 은퇴 투어 중인데 나까지 은퇴를 이야기하면 괜히 누가 될 것 같아 말하지 못했다. 은퇴 투어가 끝난 뒤에는 팀의 정규시즌 순위가 결정되지 않아 때가 아니라고 여겼다. (어쩔 수 없이) 시즌이 다 끝나고 발표하게 됐다”라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1년은 더 할 수 있다고 했으나 기대 이상으로 이룬 게 많았다. 지금이 감사한 마음으로 물러나야 할 때다.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살면서 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겠다”라고 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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