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뭉쳐야 산다"…편의점도 아울렛도 온라인에 `러브콜`
입력 2020-11-11 15:08  | 수정 2020-11-11 15:25
GS리테일과 GS홈쇼핑. [사진 제공 = 각사]

국내 유통업계에 합종연횡 바람이 불고 있다. 편의점과 아울렛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뿐 아니라 식품과 패션 등 콘텐츠 기업들도 온라인 유통강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 코로나19 사태 속 언택트(비대면)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GS홈쇼핑을 흡수 합병하고 내년 7월께 통합 법인을 출범한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GS리테일이며, 합병비율은 1대 4.22주다.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9조원, 연간 취급액 1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온·오프라인 겸업 단일 유통기업이 탄생한다.
GS리테일(65.75%)과 GS홈쇼핑(36.10%)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모두 GS그룹이다. 그동안 GS리테일은 편의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헬스앤뷰티(H&B) 등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반면 GS홈쇼핑은 TV홈쇼핑을 넘어 모바일 커머스에 중점을 뒀다. 지난 3분기 기준 GS홈쇼핑의 모바일 취급액은 6292억원으로 TV(3600억원)부문의 1.5배 이상이다.
GS리테일은 그동안 신선몰 GS프레시와 유기농 전문 온라인몰 달리살다 등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 문을 두드렸으나 획기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GS홈쇼핑의 모바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GS홈쇼핑 역시 GS리테일의 자체브랜드(PB) 역량을 통한 차별화 상품개발과 물류망을 갖출 수 있다.
GS리테일은 통합 법인으로 2025년 25조원의 취급액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올해(15조원)보다 66% 가량 증가한 규모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자산 규모로 롯데쇼핑(33조원)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이마트(19조원)와 네이버쇼핑·쿠팡(17~20조원) 등이 앞서있다. GS리테일은 이번 합병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선발주자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와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 총괄이 지난달 26일 네이버-CJ 사업자간 합의서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
앞서 CJ그룹은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한 '혈맹'을 맺었다. CJ그룹이 네이버의 자사주 1.28%(6000억원)을 확보하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자사주 7.85%(3000억원) ▲CJ ENM 자사주 4.99%(15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 신주 6.26%(1500억원)를 갖는 구조다.
이번 지분 교환의 핵심은 CJ대한통운에 있다. 네이버쇼핑은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물류망을 활용할 수 있다. 풀필먼트는 판매자의 상품 보관부터 포장, 재고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로 최근 이커머스의 핵심인 '새벽배송' 등을 가능하게 한다. CJ그룹은 CJ ENM이 네이버 웹툰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게 이점이다.
이랜드그룹은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랜드는 이달 2일 카카오와 카카오톡 기반의 쇼핑 경험 강호를 위한 전략적 제휴 협력을 체결했다. 이번 협업으로 이랜드는 아울렛 등 유통과 패션, 외식, 호텔 등의 콘텐츠를 카카오톡 쇼핑을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이커머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온라인 산업의 고성장세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2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출은 1%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온·오프라인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했고 아마존고와 아마존프레시 등을 론칭했다. 반면 오프라인 강자 월마트는 2016년 제트닷컴에 이어 무스조, 모드클로스, 보노보스 등을 연달아 인수하며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자체 힘보다는 이커머스 시장에 강점을 가진 기업과 협력하는 게 비용적으로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오프라인 DNA를 얼마나 빨리 벗을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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