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7년 경력 미싱사 "한달 200만원 벌려고 14시간 노동"
입력 2020-11-11 14:22  | 수정 2020-11-18 14:36

37년 경력의 미싱사가 한달에 200만원을 벌기 위해 하루 14시간 노동을 한다고 고백했다.
11일 준비해 온 글을 읽는 홍은희(52)씨는 1984년 16살의 나이에 동대분의 봉제공장에서 보조일을 시작했다. 단단한 손에는 가위 자국이 남긴 흉터가 있었다.
홍씨는 지금도 신당동의 작은 봉제 공장에서 옷을 만드는 미싱사로 일한다.
'청계피복노조 50주년 공동행사 준비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버들다리) 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리고 여전히 많은 영세 봉제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음을 알렸다.

청계피복노동조합는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부당한 노동정책에 분신으로 항거한 후, 어머니 이소선 씨와 바보회·삼동회 동료들이 전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그해 11월 27일 만든 노동조합이다. 이후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로 바뀌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60살을 훌쩍 넘긴 옛 청계피복노조 여성 조합원이 다수 참석했다. 이 중 지금까지 서울봉제인지회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홍씨가 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홍씨는 본인을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10시에 퇴근한다. 토요일도 저녁까지 일해 법정 노동시간을 넘긴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에서 8명이 작업해) 노동자가 5명이 넘으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공장이 영세하고 사장도 일하니 사장에게 따지기 힘들다"고 했다.
홍씨는 직원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게 근로기준법 11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공장에 젊은이들이 일하러 오겠냐"며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일자리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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