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장외 몸값 40兆` 카카오뱅크 상장 착수
입력 2020-11-11 13:43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내년 하반기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래프톤과 함께 내년도 공모주 대어 '투톱' 자리를 예약해뒀다. 한 때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40조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날 저녁 다수의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초대를 받았다. 외국계 중에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 JP모건, UBS 등이 합류했다.
이번 입찰에 한국투자증권은 참여하지 않는다. 모회사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의 주주(지분 4.9%)이기 때문이다. 관계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28.6%의 지분을 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뱅크는 마지막주까지 제안서를 받고 적격후보군을 추린 뒤 정성평가 절차를 밟기로 했다. 앞서 지난 9월 이사회를 개최하고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주간사 선정 착수가 뜻밖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불과 2주 전 카카오뱅크가 7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에서 2500억원, 기존 주주들로부터 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시장 관계자는 "유상증자 잔금 납입이 12월 중순 이후에야 끝날 예정이라 주간사단 선정을 내년 초까지 미룰 것이라 봤다"며 "RFP가 빨리 나와서 다소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열사의 연이은 상장 행보도 카카오뱅크 행보에 '이변'이란 단서를 달아줬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KB증권과 삼성증권,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네 곳을 상장 주간사로 선정한 바 있다. 이듬해 코스피에 입성하기 위해 킥오프미팅까지 개최한 상태다. 현재까지 진척 상황만 보면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에 비해 증시에 빠르게 입성할 수 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그룹사들은 통상적으로 계열사의 상장 일정을 겹치지 않게 교통정리하는 편"이라며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지 순으로 상장 순서를 정해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간사단을 일찌감치 뽑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자는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후발 주자이지만 '국민 SNS인 카카오톡에 힘입어 케이뱅크를 빠르게 압도했다. 올 4월 기준 고객 수는 1200만명을 넘어섰으며, 상반기 기준 원화대출 잔액은 17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37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며 처음으로 흑자전환했다.
카카오뱅크는 내부적으로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다. 한 때 장외시장에서 40조원 몸값을 인정받으며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같은 수준의 주가가 책정된 것은 비상장투자가 과열된 탓이라 보고 있다. 4대 금융지주에 비해 여수신규모가 적을 뿐 아니라 자본력도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카카오 쪽에선 은행업이 아닌 정보서비스(IT)업, 데이터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내세울 것"이라며 "회사의향후 청사진에 투자자들이 얼마나 호응하느냐가 공모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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