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일 고교생 참가 이벤트 개최하는 토다씨 "민간 교류가 어려운 한일 관계 넘어설 힘"
입력 2020-11-11 11:55  | 수정 2020-11-14 11:40
한일 고등학생간 교류 음악제를 개최해온 토다 유키코씨.

"1984년 서울중앙우체국에 근무한 임창수 씨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일본의 음악가 토다 유키코 씨는 한국 사람을 만날 때면 36년 전 기억을 꺼내놓는다. 당시 한국에 음악 공부를 위해 유학 중이던 토다 씨는 우연히 들른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에서 일하던 임창수 씨를 알게 됐다. 국적은 달랐지만 말이 잘 통했고 임 씨는 자신의 자녀 돌잔치에도 토다 씨를 초대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귀국 후에도 4년여에 걸쳐 90여종의 우표를 토다 씨에게 선물로 보내오는 등 인연을 이어갔으나 시간이 흐르며 연락이 끊겼다.
토다 씨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당시의 우표들은 올해 광복절엔 민단신문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엑스포 기념우표를 비롯해 새마을운동 20주년(1990년), 윤봉길의거 60주년(1992년) 등 우표 등이었다. 우표들을 통해 토다 씨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알았고 관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표가 현재까지 한일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동력이 된 셈이다.
토다 씨는 한국에서 자신의 경험을 '노래나그네, 한국의 바람에 끌려'란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토다 씨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교류사업은 음악전공 고등학생간 교류다. 매년 열리는 행사로, 지난해까지 한일 양국을 오가며 3번에 걸쳐 진행했다. 토다 씨는 "처음엔 쑥스러워하지만 고등학생들은 만나면 바로 친구가 된다"며 "이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커나가는 모습에 부모님들도 모두 놀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본 학생들은 한국 참가자들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한국 학생들을 일본 학생들의 준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고 전했다.
토다 씨가 기획해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열린 양국 고교생 음악교류 이벤트 홍보책자 표지.
토다 씨는 양국관계가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간 교류에서는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시행(2019년 7월) 후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개최된 지난해 8월 17일 진행된 3회 행사 '울려라 노랫 소리 2019'가 대표적인 예다. 나리타 공항에서 마중 나온 일본 학생들이 공항에서 '고향의 봄'을 불렀다. 토다 씨는 "마중 나온 관계자를 비롯해 공항에 있던 다른 많은 사람들도 박수를 치며 뜨겁게 호응했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고향의 봄은 일본의 교과서에도 실려있어 노래에 익숙한 일본인이 적지 않다. 지난해 행사엔 한국에선 경기예고와 계원예고, 선화예고 학생이 한명씩 참여했다. 일본 측에선 치바현 현립 치바북고, 치바서고, 마쿠하리종합고 학생이 참가했다.
행사가 횟수를 거듭하면서 토다 씨의 뜻에 공감해 지원하는 곳들도 나타났다. 토다 씨는 "국제교류재단에서 향후 행사에 대한 지원을 약속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됐다. 토다 씨는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이 안정되면 내년에는 한국에서 4회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토다 씨는 "고등학생들 행사지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즐기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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