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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손바뀜` 하루1900조…"너네들 나 봤지?" 뛰는 S&P500위에 나는 러셀2000
입력 2020-11-11 11:44  | 수정 2020-11-18 12:06

글로벌 시장 대규모 자금 이동이 시작된 가운데 뉴욕증시에서 '중소형 위주' 러셀2000지수가 전고점을 뚫고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화이자·바이오N테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에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기술 주에서 경기 순환 주 갈아타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나온 현상이다. 러셀2000은 미국 대표 중소 기업 2000곳 주식을 묶은 주가 지수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러셀2000은 전날보다 1.88%오른 1737.01에 거래를 마감해 연일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상 최고 기록을 냈던 지난 2018년 8월 31일(1740.75)과 비숫한 수준이다. 하루 전인 9일에는 1705.04를 기록해 전고점(올해 1월 16일 1705.22)을 돌파한 바 있다.
미국 중소기업 주가 흐름을 대변하는 러셀2000은 뉴욕증시 3대 대표 지수를 앞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증시에서 '대형주 위주'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0.14%)와 '기술주 위주' 나스닥종합주가지수(-1.37%)가 떨어졌을 때 러셀2000은 1.88%올랐고 '대형 제조업 위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0.90%)보다 더 뛰었다.
러셀20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강세다. 이날 뱅가드의 러셀2000ETF(VTWO)는 1.63%오른 139.29달러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 2018년 8월 31일(139.10달러)였다. 블랙록의 아이쉐어즈 러셀2000ETF(IWM)도 1.86%오른 172.70달러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 돌파를 앞뒀다. 두 ETF는 앞서 9일에 러셀2000과 나란히 올해 최고기록을 세웠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주 화이자·바이오N테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특히 중소형 기업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드홀드의 짐 폴슨 최고 투자 전략가는 "이제 시장의 리더십은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같은 대형 기술주에서 중소형·경기순환·외국 기업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금융데이터분석업체 레피니티브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진 9일 뉴욕증시(5000억달러)와 유럽증시(1조2000억달러)에서 하루에만 총1조7000억달러(약 1899조원) 손바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미국·유럽 대륙에 본격적으로 퍼진 지난 3월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들이 중소형주 강세를 내가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연말 산타 랠리라는 계절적 특수성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친화적인 민주당 조 바이든 차기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기대감 △ 코로나 백신19 개발에 따른 실물 경기 회복 기대감이다. 이와 관련해 록펠러캐피털 바이오스 자문의 마이클 바피스 전무 이사는 "러셀2000는 계속 달릴 것"이라면서 "대형·기술주에서 중소형주로의 자금 이동이 계속 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중소형 부문에 투자하면 배당 수익은 적더라도 주가 상승에 따른 좋은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펜하이머의 아리 월드 수석 연구원도 "우리는 지난 2013년 이후 러셀2000이 S&P500 상승세에 뒤쳐지는 것을 봐왔다"면서 "과거를 보면 7년 정도 고전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러셀2000은 추세상 S&P500 상승세를 넘어설만 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 백신19가 최종 승인을 받아도 대량 생산을 거쳐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중간재 자본그룹의 닉 브룩스 수석 경제·투자연구원은 10일 "백신 승인·대중화에 걸리는 시차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으며 실물 경제 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늦을 수도 있다"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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