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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톱스타 아닌 인간 김혜수의 ‘내가 죽던 날’
입력 2020-11-11 07:00 
김혜수는 개인사로 힘을 때 만난 영화 `내가 죽던 날`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제공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톱스타라는 수식어로는 충분한 설명이 안 되는, 완벽한 외모보다 빛나는 내면을 가진, 믿음 그 이상의 것을 선사하는 배우 김혜수(50)가 돌아왔다.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을 통해서다.
은퇴를 생각했던 때도 있었어요. 아니, 항상 그래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들어요.”
그는 이 같은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진솔하게 운을 뗐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시그널에 이어 다시 한 번 형사 역할에 도전한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이라는 제목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시나리오를 한장 한장 읽으면서 주인공과 내가 놓인 상황은 다르지만 연결돼 있는 느낌이었다”며 개인적으로 고통스럽던 시기였다. 그래서 더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기존 작품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투영했다는 김혜수. 제공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위로가 필요했던 시기에, (일로써) 돌파구가 내게 그야말로 운명이었어요. 작품 자체가 지닌 에너지, 메시지도 그렇고 좋은 배우들을 만난다는 거. (이)정은 씨는 좋은 배우이자 따뜻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에요. 마음으로 사람을 품는 게 있는데, 그런 배우를 만난 건 축복이죠. (김)선영 씨는 극 중 제 친구였는데 실제로도 처음부터 늘 곁에 있는 친숙함이 있었어요. 촬영 때도 힘이 되고 위안이 됐지만 지나고 나니 더 소중하게 여겨져요.”
김혜수는 ‘배우를 피폐해지는 직업”이라고 표현하며 가진 것에 비해 잘 해왔다, 과도한 사랑을 받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늘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는 스스로를 좋아하지만 연기할 때는 아니에요. 한계를 직면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기 때문이죠.”
스스로 항상 20% 부족하다”는 그는 어릴 때 데뷔해 어른들을 향한 동경의 시선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어른들을 흉내 냈다. 그러나 가짜는 금방 들통 나기 마련이고 난 배우로서 활용할 수 있는 소스가 단순하고, 갖춰져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수시로 매너리즘에 빠지곤 했는데 언젠가 영화 ‘밀양을 보고 출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그만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정말 잘 하더라고요. 그러다 ‘국가 부도의 날을 만나 하나만 더 하자 했고, 또 이번 영화를 만났죠.(웃음)”
그러면서 연기를 잘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엔 캐릭터를 매개로 카메라 앞에서 어느 정도로 솔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이번 캐릭터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군더더기 없이 정직하게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실제 나의 상태와 정말 비슷했으니까”라고 했다.
김혜수는 모친의 빚투 논란 당시 심경을 들려주며 덤덤히 인생관을 얘기했다. 제공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母 채무 논란 당시 일하고 싶지 않았다…연예인이 돼 한 가정을 파탄 낸 기분이었다”
그녀가 언급한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지난해 불거진 모친의 채무 논란. 그녀의 모친은 2011년부터 지인들로부터 약 13억 원의 돈을 빌렸지만 갚지 않았고, 딸인 김혜수는 막대한 빚을 변제하기 위해 애썼다. 이 과정에서 모친과 인연도 끊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김혜수는 보통 배우의 사적인 경험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만 이 작품은 모든 인물들의 시작이 상처와 고통의 정점이다. 그 캐릭터를 마주해야 하는 제 스스로 진짜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내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예전부터 ‘캐릭터보다 김혜수가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숙제였는데, 그래서 개인이 드러나는 것들은 무의식적으로라도 배제하려 했지만 이번엔 자유로웠어요. 제가 직접 쓴 대사를 제안하기도 하고 실제 경험들이 상당 부분 투영됐죠.”
그러면서 극 중 ‘내 인생이 멀쩡한 줄 알다가 개박살 났다. 나는 진짜 몰랐다는 현수의 대사가 있다. 실제로 당시의 내가 그랬다. 일도 하고 싶지 않았고 원망스럽고도 죄스러웠다. 연예인이 돼 한 가정을 파탄 낸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게도 친구가 있었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일이 돌파구가 돼줬다”고 담담히 말했다.
우리 영화가 관객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고통 그리고 상처에 대한 위안을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서 얻을 수 있잖아요? ‘순천댁(이정은 분)의 대사가 영화의 주제를 말해주죠. 인생은 길고, 그래서 (어떤 절망 속에서도)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고요."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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