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일 지인들에게 연락"…돌봄전담사 파업에 맞벌이·한부모들 난색
입력 2020-11-06 11:36  | 수정 2020-11-13 12:04

"어제 종일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오전에 잠깐 아이 맡길 곳을 겨우 구하고 오늘 오후는 반차를 냈다. 파업에 찬성하고 말고를 떠나서 파업 소식을 이틀 전에 문자로 통보받아 당황스러웠다."

초등학교 돌봄 전담사들이 파업하는 6일 1학년 자녀를 혼자 키우는 35살 워킹맘 한 모 씨의 출근길은 평소보다 바빴습니다.

한씨는 "돌봄교실은 다 사정이 있어서 보내는 건데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느낌"이라며 "정상 등교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초등 돌봄의 운영 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온종일 돌봄법'이 돌봄 전담사들의 처우를 더 열악하게 할 수 있다며 입법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을 이날 하루 진행합니다.

파업에는 전국 돌봄 전담사 1만2천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천명 이상이 참가합니다.

일터에 나가 있는 동안 자녀를 돌봄교실에 맡겨온 학부모 중에는 파업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통보가 너무 갑작스러워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서울 중랑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38살 윤 모 씨도 전날 오후에서야 돌봄교실 운영이 안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윤씨는 "급하게 연차를 쓸 수도 없는 데다 양가 부모님도 일하셔서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남편이 겨우 오전 반차를 내 아이를 돌보고 나는 오후에 최대한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하는 데까지 하겠지만 최소 오후 3시간 정도는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37살 직장인 손 모 씨는 "주변에서도 다들 혼란스러워한다"면서 "돌봄 전담사 처우가 열악해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다들 힘든 상황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꼭 파업이라는 방법을 택해야만 했는지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지역별 맘카페에서는 파업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의견이 많이 눈에 띄었으나 지지 의견도 더러 있었습니다.


전남에 사는 한 회원은 "돌봄이 지자체로 전환되면 위탁 운영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이윤을 남기려고 간식이나 교재를 아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육청 소관일 때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복지가 가장 좋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을 '계약직'이라고 소개한 경남 지역의 한 학부모는 "고용 안정에 관해선 양보란 있을 수 없음을 절실히 느낀다"며 "파업에 동참하는 선생님도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원하는 바 쟁취하기를 응원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공무원이랑 똑같은 대우를 받으려는 것인가"라거나 "불합리하다면 임용고시를 보고 정규 교직원이 돼야 한다"는 등 돌봄 전담사들의 처우 개선 요구가 '공정'에 어긋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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