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공항 사장 공모 시작…낙하산설에 "민간 전문가 필요" 목소리
입력 2020-11-06 11:11  | 수정 2020-11-09 14:15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공개모집 공고. [사진 = 인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장 공석 39일 만인 6일, 후임 사장 공개 모집에 나섰다.
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사장 임원추천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3일 오후 5시까지 후보자를 접수한다.
제8대 구본환 사장이 지난 9월 29일자로 해임된 지 39일만의 공고다. 제9대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임기는 대통령이 임명한 날로부터 3년이다. 이르면 내달 초, 늦어도 12월 말 이전 임명이 유력하다.
희망자는 지원서와 지원동기 등을 적은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 최종 학력증명서, 경력증명서, 관련 자격장 사본을 갖춰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

서류 준비 기간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주말을 빼면 사실상 준비 기간이 6일에 불과해 사전 내정설의 빌미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사장 공모를 한 금융공기업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공모기간은 11일, 올해 사장 공모를 한 제주관광공사와 제주개발공사는 보름의 시간을 줬다.
공항 공기업 사장의 공모 기간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인천공항은 2014년 제6대 사장 재공모때 추석연휴 전날인 9월 4일 재공고를 냈다 비판을 받았다. 2주 공모 기간 가운데 추석연휴 5일을 빼면 사실상 준비 기간은 9일에 불과해 사전내정설이 힘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낙하산 인사(박완수 전 창원시장)가 사장으로 임명됐다. 서류 준비 기간이 계속 줄면서 사장 공모때마다 사전 내정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통상 3주이던 서류 제출 기간은 2주로 축소되다 8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제9대 인천공항공사 사장 공모에서도 서너명의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며 이중 한명이 사전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국토부 차관, 인천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국토부 산하 공기업 사장 출신 등이 거명된다. 이들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21대 총선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사 안팎에서는 이미 반발 기류가 형성돼 있다.
2013년 5대 사장 자리부터 본격화된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7년째 이어지면서 조직이 관료화되고 정부 눈치를 보느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략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낙하산 인사를 적폐로 규정한 문재인 정부마저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자 실망한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관피아 사장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하거나 사상 처음으로 해임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공사 직원들은 "조직이 불안정해지고 사기가 땅에 떨어진 이런 마당에도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고 싶을까"라면서 정부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공사 직원들이 낙하산 인사에 학을 떼는 이유가 있다. 사장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인천공항이 정계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전락했다는 자괴감과 잦은 수장 공석으로 조직 안전성과 경쟁력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임명된 5대 정창수 사장(국토부 차관 출신)은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취임 9개월 만에 사퇴했고, 뒤이어 임명된 6대 박완수 사장(창원시장 출신)은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2015년 말 그만뒀다. 7대 정일영 사장(국토부 1급 출신)은 임기를 채웠지만 8대 구본환 사장(국토부 1급 출신)이 임면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사상 첫 해임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01년 개항 시절부터 공항 안팎을 지켜봐온 인천공항의 한 간부는 "인천공항의 황금기가 2005년부터 2013년이었다고 말하는데 이의를 달 직원은 없을 것"이라면서 "민간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재희 사장(3대)과 이채욱 사장(4대)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공항 종사자들과 한몸이 돼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 공항으로 만들어 놓은 기간"이라고 회고했다.
또 다른 직원은 "민간 기업 출신 CEO 시대가 막을 내리고 관료 출신 사장이 잇따라 임명 되면서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돼 있던 직원들도 점차 정부 눈치를 보며 관료화되기 시작했다"면서 "세계 공항을 선도하려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샘솟고 정책에 반영되는 문화, 강력한 추진력, 글로벌 마인드가 필수적인데 조직 문화가 수동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한 노조원은 "이번 사장마저 내리 관피아로 채워진다면 세계 유수공항들이 부러워하던 인천공항 DNA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인천공항이 재비상하기 위해서는 3~4대 사장때 처럼 외풍을 막고 오로지 공항 경쟁력만을 위해 뛸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