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대선에 숨죽인 서학개미…미국부자 75%는 "저가매수 기회"
입력 2020-11-02 17:43  | 수정 2020-11-02 19:43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미국의 대선 불확실성과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하락한 가운데 2일 서울 시내에서 다우·나스닥·비트코인 3개월 시세 추이 하락세를 보여주는 시세전광판 앞을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 혼돈의 글로벌증시 ◆
3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의회 동시 선거를 앞두고 뉴욕증시 변동성이 올 들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뉴욕증시 대표 주가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지난 한 주에만 5% 넘는 하락세를 그린 가운데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를 비롯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숨죽이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고액 투자자들 중 63%가 이미 현금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전국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보다 10%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바이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민주당이 '블루 웨이브(연방 상·하원 다수석 점유)'에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일 UBS는 100만달러 이상을 자산으로 굴리는 고액 투자자 1000명과 사업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3%가 보유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는 36%가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렸다'고 했으며, 그 뒤를 이어 '다른 섹터로 자산을 배분했다'(30%) '다른 안전 자산 비중을 높였다'(27%) 순이었다. UBS 설문조사는 지난달 마지막 2주간에 걸쳐 이뤄졌다.
다만 조사에 응답한 고액 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을 이유로 후퇴하기보다는 오히려 관망하면서 추가 매수에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약 75%가 10월 들어 불거진 변동성이 오히려 투자 기회라는 답을 내놓았다. 나머지 약 25%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바이든이 당선되면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한 투자자는 25%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투자자는 29%였다.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부 경합주를 제외하곤 여전히 바이든 후보 당선과 민주당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CIBC프라이빗자산관리는 "지난 8월부터 전화와 이메일·영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과 비상 소통하면서 선거 전에 포트폴리오를 건드리려는 유혹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 볼린 베르나두치 볼린웰스매니지먼트 대표는 "코로나19 패닉장이 펼쳐진 3월보다 대선 관련 문의가 더 많다"며 "며칠은 변동성이 큰 장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린제이 벨 앨리인베스트먼트 수석투자전략가도 "선거에 이어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10월 일자리 보고서 발표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주는 매우 불안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 이후 장세에 대해서는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혼란이 이어질 것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톰 리 펀드스트래트글로벌 자문가는 "누가 당선되든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을 내야 하기 때문에 선거 후 증시가 6~12개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니 드이어 캐너코드제뉴이티 연구원도 "올해 말까지는 뉴욕증시 변동성이 크겠지만 약세 흐름을 보이는 기간을 주식 추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지만 어쨌든 내년에는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전망이다. 다만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점하면 민주당이 내놓는 대규모 코로나19 추가 부양책과 친환경·법인세 인상, 정보기술(IT) 공룡 기업 규제 정책이 상원에서 좌초될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 분석 업체 모닝스타는 "바이든 후보 당선과 민주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면 법인세 인상 정책 때문에 뉴욕증시 시총이 9%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인세 부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상이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선거 직후 9%에 달하는 낙폭은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간 서학개미를 비롯한 대부분 투자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기술·에너지주',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친환경·가치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다만 꼭 그렇지는 않다. UBS 등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친환경 수혜 업종으로 꼽은 블룸에너지는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9일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꾸준히 떨어져 지난달 30일까지 44.85% 급락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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